[제2창간] 한겨레 스타 ①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제2창간 소식은 지난호에서, 한겨레의 명소(하니 동산)와 명물(담쟁이덩굴)을 한 차례씩 소개했습니다. 이제부터 ‘명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한겨레가 갖고 있는 명품은 기자들입니다. 지면을 통해서 이름이 잘 알려진 기자들을 내놓겠습니다. 첫 순서로 조연현 종교 담당 전문기자를 불렀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지면을 통해 만나고 싶은 기자가 있으시면 제2창간운동본부(bhkim@hani.co.kr)로 연락 주십시오. 한겨레에 종교 전문기자가 있다? 국민주 신문으로 출발한 <한겨레>가 종교와는 무관한 언론사이면서도, 창간 때부터 종교 면을 운영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어떤 독자는 “종교 면이 있어? 왜?”라는 의문부터 갖겠죠. 그것도 모자라 종교 전문기자까지 두고 있답니다. 더더욱 놀라셨죠? 왜 그럴까요? 지난달 전문기자 심사를 통과해 명실상부한 종교담당 전문가로 인정받은 조연현(42) 기자는 “한국처럼 종교 인구가 많고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가 고르게 발전한 나라가 없다”며 “특히 동학혁명(천도교), 3·1운동(종교지도자), 해방 이후 민주화 운동 등 사회 변혁에 종교는 언제나 핵심적인 구실을 해 왔죠. 한겨레신문 창간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만큼 종교는 사회와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라고 설명하네요. 교계 조직홍보 일색이던 종교면 탈피
보통 사람의 수행·명상 소개 돋보여
“종교는 사회변혁의 원동력”
1년의 인도 연수통해 깊이 더해 그렇지만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는 ‘종교’ 하면,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로 대표되는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것으로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종교인들에게 교회나 절, 성당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믿음이 없’거나 ‘사회의 악’으로 호도되기 일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고, ‘멀리해도 될’ 존재였습니다. “교회나 절, 성당 같은 기존의 집단이 종교가 아닙니다. 그동안 우리 종교는 너무 교조주의로 흐른 경향이 있어요. 예수나 부처 등 성인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즉, 수행), 증오와 미움을 없애고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삶이 종교입니다. 어려운 것이 아니에요.”
평소 종교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9년 11월부터 종교 면을 담당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가독률이 가장 낮았던 종교 면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지만, 그는 총대를 메었습니다. 햇수로 꼬박 6년째이니, 이쯤 되면 “지겨워서”라도 출입처를 옮겨달라고 떼를 쓸 법도 한데, 그는 지난달 있었던 전문기자 심사를 통과해 ‘전문기자’ 꼬리표까지 달아 그만의 독창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의외로 소감이 짤막합니다. 그는 정말 그동안 열심히 뛰었습니다. “성인의 가르침을 되살려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기존의 종교계 조직 홍보에 그쳤던 종교 면을 ‘확’ 바꿨습니다. “정보사회, 성장제일주의 사회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성찰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나 틱낫한, 달라이라마, 법정, 이해인 수녀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면 누구나 성찰의 욕구가 있다는 뜻이죠.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는 가르침은 성인이 수행과 명상을 하며 얻은 기술이고요. 곧, 성인의 삶을 조명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페이지(지면)가 필요한 이유죠. 그래야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고 궁극에는 사회가 건강해지니까요.” 그는 이때부터 불교, 기독교 등 종교를 망라한 17개의 대표적인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나’의 존재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나를 찾는 사람들]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선보입니다. 초기에는 신문사 안에서 비판도 많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해도 좋습니다. 2001년에는 시리즈 기사를 모아 <나를 찾아 떠나는 17일간의 여행>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종교의 정의를 ‘수행’과 ‘명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동안 그는 종교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했고, 이제 어느 정도 안착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올해는 한국의 고승들이 깨달음을 얻은 곳을 찾아 숨겨진 삶을 조명하는 [깨달음의 자리]와 건강한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를 소개하는 [행복한 교회 만들기] 시리즈를 내보내고 있답니다. 기대하시라! 내년부터는 천주교와 민족종교(천도교, 원불교, 증산도 등)를 재조명하는 기획물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네요. 서글서글한 미소가 매력적인 그는, 첫인상부터가 무척 맑고 ‘경건’해 보였습니다. 사회부에서 6년, 정치부에서 2년을 썩은 15년차 기자라면, 세파에 찌들었을 법도 한데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입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수행과 명상 때문이겠죠? “많은 이들이 근심과 번뇌, 자탄, 후회… 등에 자신의 에너지 90%를 소모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수행하는 성인들이나 종교 지도자들을 보면, 잡념이 없으니 일반 사람의 10% 정도의 에너지로도 젊음과 건강함을 유지합니다. 마음에 평화가 있으니까요. 제 젊음의 비결요? 수행을 통해 잡념을 없애고 ‘평안’을 얻었기 때문이죠. 티베트말로 ‘초가레 유레’(쓸데없는 것)이 없으니까요.” 삶이 바뀌니 그가 보는 사회도 달라졌습니다. 그는 공동체 마을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2003년에는 자비연수로 1년 동안 인도에 머물며 간디의 수행센터와 간디가 세운 공동체 마을을 돌아보며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깊이를 더하기도 했습니다. “속(사람)이 변하지 않고 겉(법과 제도)만 바뀌는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변화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변해야 가능한 겁니다. 종교 면이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커다란 구실을 하겠습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분은 한겨레신문을 받자마자 종교·수행·명상 면을 펼치세요. 종교 면은 매주 수요일 발행되는 36.5도 섹션 안에 있답니다.” 아 참, 조 기자는 필진네트워크(wnetwork.hani.co.kr/joadajoa)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궁금한 내용이나 취재했으면 하는 사항, 기사에 대한 의견 글 등을 마음껏 올려주세요. 독자와 함께 만드는 종교 면을 만드는 것이 조 기자의 조그마한 소망이라고 하네요. 김미영/편집국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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