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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4 13:28 수정 : 2019.09.24 13:40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규정 개정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조항 신설

방송심의 규정에서 국가보안법에 빗댈 정도로 독소조항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이 삭제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방심위)는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등 3개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논의 뒤 입안예고를 거친 이 규정은 27일부터 시행된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방송심의 규정 29조2항으로,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1월에 신설된 이 조항은 불명확한 내용으로 정권의 비판적 방송 길들이기나 홍보방송 등 ‘정치 심의’가 우려되는 독소조항으로 꼽혀왔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정치적 비판 방송에 대한 징계 남발 우려 속에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국가보안법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 조항은 지난해 12월 ‘김정은 맞이 환영단’ 단장인 김수근씨를 인터뷰한 <한국방송>(KBS)의 <오늘밤 김제동> 방송에 적용돼 심의대에 올랐다. 민원인과 일부 방심위원은 김 단장의 발언이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정치 심의 논란이 불거졌다. 방심위는 심의 결과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이 조항 삭제에 대해 이상로 방심위원(자유한국당 추천)은 한국방송이 북한방송을 생중계해도 규제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으나 방심위원들 대다수는 방송심의 규정에 ‘방송의 공적책임’(제7조3항)과 중복되고, 조항의 명확성이 떨어져 재량권이 과도하게 행사될 수 있다며 삭제에 동의했다.

방심위는 또 범죄사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별도로 신설했다. 특히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에서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취향, 직업, 주변의 평가와 같은 사적 정보의 묘사를 금지하는 등 사건을 선정적 또는 자극적으로 방송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했다. 추측성 보도나 피해자의 정보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보도의 문제점을 짚은 것으로 앞으로 ‘미투운동’과 이를 둘러싼 선정적인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방송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자살 묘사와 관련된 심의기준을 재정비하고, 어린이·청소년 출연 관련 규정과 기부금품 모집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또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11조)에 대해선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로 심의기준을 완화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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