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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14 21:06 수정 : 2019.10.15 09:24

한국방송 사옥 모습

‘조사위 구성’ 내부반발 커지자
KBS, 시청자위원회에 넘기기로

검찰 입만 쳐다보며 ‘속보경쟁’
언론 보도관행 비판 목소리도

한국방송 사옥 모습
조국 전 장관 관련 보도를 둘러싸고 <한국방송>(KBS)의 내홍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검찰에만 의존하는 보도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한국방송에 무슨 일이? 한국방송은 지난달 10일 조국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증권사 직원 김아무개씨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이어 11일 김씨의 말을 일부 인용하며 정 교수가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김씨는 지난 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인터뷰를 통해 한국방송과 한 자신의 인터뷰 진의가 왜곡되고 검찰에 인터뷰 내용이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 이사장도 ‘한국방송이 검찰과 내통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한국방송 사쪽은 9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한국방송 법조팀과 사회부에선 거세게 반발했다. 성아무개 사회부장은 항의의 표시로 보직사퇴까지 시사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와 노조들도 조사위 구성에 유감을 표명했다. 편성규약에 의한 보도위원회와 단체협약의 공정방송위원회라는 내부 기구가 있음에도 제작진과 협의없이 사쪽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쪽은 보도본부 의견을 받아들여 조사위 구성 전에 보도본부의 자체 조사를 먼저 진행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사회부가 검찰 시각만 반영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한 구성원은 11일 사내 게시판에 ‘사회부장 입장에 반대한다’라는 글을 올려 “오늘 성 사회부장의 입장문을 본 후 나는 절망했다. 성 부장을 중심으로 한 취재팀은 확증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정 교수를 비롯한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시각이 검찰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한국방송의 한 중견기자도 “법조팀과 사회부 논리에 오류가 있는데도 이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파시즘이나 정파적이라는 비난을 각오해야 하는 게 한국방송 내부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한국방송은 14일 “조사위 구성과 운영을 시청자위원회에 맡긴다”고 밝혔다. 시청자위원회는 거부감이 큰 ‘조사위’라는 표현 대신 ‘특별위원회’를 꾸려 제작진의 진술을 들어보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통해 내홍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검찰 의존 보도 관행 괜찮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그 절박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특별히 언론개혁을 당부한 것은 이번 한국방송 사태를 두고 검찰에 의존하는 보도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방송은 지난 8일 김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넘겼다는 의혹에 대해 “김씨의 주장이 객관적 증거에 부합하는지 교차 검증하기 위해 일부 사실 관계를 검찰에 재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이 증거인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취재원과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재확인했다는 점과 수사 중인 사안의 사실 관계를 검찰에 확인하는 것이 적절한 취재 방식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은 13일 <저널리즘 토크쇼 제이(J)>에서 자사 보도를 다루며 이런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언론이 검찰 주장을 ‘최종 심급’으로 여기고 이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검찰이 절대 선인 것처럼 검찰이 확인해준 것은 진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대학 겸임교수는 “언론이 검찰에 재확인하는 목적은 검찰이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정답 맞히기 하는 것에 가깝다”며 언론 보도가 검찰 수사 방향에만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찰 주장을 최종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검찰은 정보를 독점하는 ‘슈퍼갑’으로 기자들이 속보 경쟁에서 검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신지민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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