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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4 18:27 수정 : 2006.05.14 18:27

‘영원한 햄릿’ 김동원씨가 13일 오후 6시25분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

고인은 뇌경색으로 쓰러진 2004년 6월부터 투병생활을 해왔다. 배재학교 재학 중 연극 ‘고래’와 ‘성자의 샘’에 출연해 배우 인생을 결심한 고인은 1994년 국립극단 ‘이성계의 부동산’을 끝으로 300여편에 출연했다. ‘자명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세일즈맨의 죽음’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파우스트’ ‘뇌우’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였다. 그는 △서울시문화위원 △한국연극협회 부이사장 △중앙국립극단 지도위원, 연극분야 명예종신단원 △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51년 극단 신협 시절 대구 키네마극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햄릿 역을 열연해 ‘영원한 햄릿’ ‘한국의 햄릿’ 별명을 얻었다. 고인은 집에서도 ‘사느냐 죽느냐’로 시작되는 ‘햄릿’대사를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빈소에는 14일 극작가 차범석씨, 연극인 장민호 박정자 최종원씨, 탤런트 최불암 김민자씨 부부, 정진우 한국영화인복지재단 이사장, 임영웅 산울림 대표, 원로연출가 이원경씨, 영화감독 김수용씨,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 가수 최백호 전영록씨 등이 조문했다. 극단 신협에서 함께 활동한 장민호씨는 “같이 무대에 섰던 연극인 가운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딱 1명 남았었는데 모두 떠나버리니 눈물이 난다”며 슬픔에 젖었다. 박정자씨는 “배우로서도 훌륭했지만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가장으로서도 훌륭했다”며 “무대 위에선 절대군주여서 어떤 배우라도 옆에 서면 빛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 독무대였다”고 회고했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82) 보관문화훈장(1990) 3·1문화상(1995) 수상. 회고록 〈미수의 커튼콜〉이 있다.

유족은 부인 홍순지씨와 아들 덕환(전 쌍용 사장) 진환(우리자산관리 전무) 세환(가수)씨가 있다. 빈소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은 17일 오전 9시 대한민국예술인장으로 치러진다. (02)3410-6915.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 극작가 노경식씨 추모사
연극이 삶 자체였던 ‘영원한 햄릿’

1951년 국내 최초 햄릿역을 맡아 열연하던 김동원씨

선생님, 김동원 선생님!

뭣이 어찌 그리 바쁘셔서 하늘나라로 자리를 총총히 옮기셨습니까. 참으로 애달프고 서럽습니다. 연극인 저희들 곁에 조금만 더 지켜 계시면서, 오늘처럼 혼란스런 연극활동에 따끔하게 일침도 놓고, 꾸중도 좀 하고 바람직한 방향도 가르쳐 주시면 얼마나 좋을 텐데…. 선생님 연극철학은 철저한 리얼리즘 신봉이었습니다.

선생님은 또 연극예술에 관해서는 종교적인 경외와 신념의 소유자셨습니다. 해서 그런지 오늘의 퓨전적이고 시끄러운(?) 연극을 객석에서 보시면 응당 하시는 말씀. “이봐 노형! 우린 저런 시끄러운 연극은 싫어요. 연극예술은 말이야 경건하고 엄숙해야만 돼! 그리고 인생이 연극 속에 녹아서 살아있어야 돼요. 허허.”

늘상 존경하는 선생님과 불초 저의 연극인연은 벌써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선생님께선 새로 지은 장충동 대극장에서 국립극단 공연의 〈징비록〉(노경식 작/이해랑 연출, 1975)에서 주인공으로 서애 유성룡 역을 맡으셨습니다. 언제나 먼발치에서만 뵙던 연극계 대가 이해랑·김동원 두분 선생님을 가까이서 모실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실로 머리가 아찔하고 가슴 뛰는 영광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선생님과의 인연은 〈흑하〉(국립극단, 1978) 공연 때 러시아군 총사령관 역할 및 〈불타는 여울〉(국립극단, 1984)에서의 의병대장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생님은 만날 때마다 별로 말씀은 아니하십니다. 그저 “왔어?” 하시면서 빙그레 온화한 미소와 조용조용 다정한 목소리뿐.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아한 자세와 멋쟁이 옷매무새를 이제 뵈올 수가 없군요. 선생님은 연극예술가로서 품위를 지키고, 예술과 멋을 알며, 또한 후배 연극인들에게는 연극인의 상징이요 인생살이 큰 귀감이셨습니다.

선생님, 김동원 선생님!

‘영원한 햄릿’ ‘한국의 햄릿’ ‘영국신사로 살다간 연극배우’ 등등 선생님 타계 소식을 언론마다 다투어 보도하면서 진정으로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관 뚜껑을 닫아봐야 그 가치를 안다더니 정녕 빈말이 아니군요.

선생님은 ‘한국의 영원한 연극배우’입니다. 앞서 가신 이해랑 선생님과의 금란지교는 온세상 다 아는 일. 벌써 10여년 전 하늘나라로 떠나신 이해랑 선생께서, “동혁(김동원 선생 본명)이, 이봐 어서 올라와! 내가 동혁이를 기다리고 있었어” 두분 선생님이 하늘나라에서 두손 맞잡고 다정하게 눈웃음 짓는 모습이 불초 제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김동원 선생님, 편히 영면하소서.

2006년 5월14일 노경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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