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발자취] 서영호 전 치안감 순직 1주기
당신 이름 석자를 불러만 봐도 가슴 찡한 오열의 눈물로 범벅되는 하루하루의 삶. 몸은 여기에 마음은 당신이 계시는 천국에 가 있으니 어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루 아침에 당신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현실 앞에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큰소리 한번, 힘들다는 소리 한번, 흐트러진 자세 한번 표현하지 않고 살아온 당신. 자녀들에게는 강직하면서도 꿋꿋하게, 절대 정직으로 좌우명을 삼으시고 평생 작은 일에도 거짓말 한번 하지 않았던 당신. 자신에게는 혹독한 긴장과 채찍을 가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포용심과 너그러움으로, 저에게는 너무나 자상했던 속사랑이 진한 사람. 많은분들이 당신 삶은 짧지만 멋지고 부러운 삶이라고 추모합니다. 열 가지 해놓고도 셋 정도밖에 표현하지 않는 과묵하고 칼날 같은 엄격함으로 좌도 우도 치우치지 않고 정도로 걸어왔던 당신. 아이들 입학식, 졸업식, 가족모임, 주말 한번 제대로 못쉬고 직장 일만 몰두하셨죠. 여보! 지금은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하고 좋아졌어요. 경찰도 이제 주말에는 쉴 수 있대요. 밤늦게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와 클래식 한곡으로 스트레스 풀고 바로 눈 붙이고 새벽 출근하는 당신 볼 때 가슴 아팠습니다. 재능과 학식이 뛰어나도 덕이 없으면 건설적으로 쓸 수 없다던 당신. 경찰학교 졸업식 준비하다 쓰러져 순직아직도 당신 기억하는 분들 고마워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에 시댁을 사랑해요. 부모님께서는 당신이 깨끗하게 공무원 생활할 수 있도록 집, 자동차 , 생활비까지 도와주셨죠. 부모님 덕분에 열심히 일하면서 깨끗하게 살 수 있었는데……. 합천서장 시절 아버님 친구 분들이 찾아오신 적이 있지요. 점심 대접해 드렸더니 아버님께서 살짝 제게 밥값을 몰래 손에 쥐어주셨죠. “공무원이 무슨 돈이 있느냐”고. 의정부서장 시절이 생각납니다. 당신을 위해 1년 반을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달려갔지요. 때론 힘 들어 하루쯤 쉬어볼까 꾀 부리면 당신은 애정 어린 목소리로 “지금 당신과 코코아 한잔 마실까?”, 그러면 그냥 어린아이처럼 달려가곤 했죠. 평생 상처 주는 말 한번 안한 당신은 천사였어요. 부드러운 미소, 부드러운 손길, 선하디선한 품성. 오십 다된 나이에도 밤늦게 퇴근하는 길이면 두세 번은 전화가 왔죠. “지금 출발한다, 반포대교다, 예술의 전당이다.” 나는 당신 오시는 길목에서 소녀처럼 흥분되어 당신께 뛰어가 안기곤 했죠. 우리집 과일 깎을 때는 항상 접시가 두개였죠. 맛 있으면 당신접시, 맛이 조금 떨어지면 아이들 접시였죠. 이제는 접시가 한개 밖에 필요가 없군요. 영화와 음악과 책을 사랑했던 당신! 대야에 물을 담아 당신 발 뽀득뽀득 씻고 지압도 해주고, 물기 닦고 호호 불어주면 좋아하던 당신. 집에 오면 천국에 온 것 같다던 당신, 여보! 이 천국을 두고 어느 천국으로 가셨나요? 어느 여름날 저녁 어머님이 다녀가신 날 부모님께 잘했다고 양재천 뒷길에서 업어주시던 당신. 얼굴 파묻고 업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평생 받을 사랑 다 받아보았어요. 당신 가슴에 묻어두고 지난 아름다운 추억을 먹고 당신 만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저. 우리 만날 그날 위해 자식들 열심히 잘 키워놓고 당신품에 갈 거예요. 부모님은 우리가 사는 게 늘 소꿉놀이 같다고 하셨죠. 여보, 천국에서 만나면 또 소꿉놀이하자구요. 천국에도 당신같은 사람이 급히 필요했나 봐요. 음악, 영화, 책, 여행, 운동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시고, 편히 쉬면서 지내세요. 당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뭉쳐 ‘서사모’(서영호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를 만들어 당신을 새기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정말 힘을 얻어요. 당신을 아끼고 사랑했던 열정을 이제 자식과 사회봉사로 대신하고 살겠어요. 천국에서 다시 소꿉놀이 할 때까지…. 안녕. 당신이 무척이나 사랑했던 김미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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