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31 01:49
수정 : 2006.05.31 02:01
‘뉴웨이브’ 이끈 거장…칸 최고상 두차례 받아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가운데 한명인 이마무라 쇼헤이가 30일 간암으로 타계했다. 향년 80. 이마무라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등과 함께 일본 영화를 세계에 알린 거장으로 꼽히며, <나라야마 부시코>(1982)와 <우나기>(1997)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또 오시마 나기사 감독과 함께 1960년 일본 영화 뉴웨이브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1926년 도쿄에서 태어난 이마무라는 와세다대학 문학부 졸업 뒤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제작사인 쇼치쿠에 취직하면서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일했으며 쇼치쿠를 떠나 1958년 <도둑맞은 욕정>으로 감독 데뷔했다. 이 영화에서 유랑극단 배우들의 삶을 다룬 감독은 이후의 작품에서도 주로 성매매 여성, 무당, 포르노영화 제작자, 술집 접대부 등 하층계급이나 주류사회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일본인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욕망이나 생활을 태연하게 드러내면서 사회비판적 자세를 견지해 왔다.
또 전직 군대위안부나 실제 술집 접대부를 극중 같은 역에 출연시키거나 살인 장면에서 카메라에 피를 튀기는 등 다큐멘터리적인 제작방식을 연출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런 특징은 그가 개척한 일본 뉴웨이브 이후의 영화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감독들이 숨지거나 은퇴한 뒤에도 활발하게 연출활동을 하며 평생 20여편의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특히 일본의 군국주의를 비판한 <간장 선생>(1998)과 고희 넘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자유분방하게 에로티시즘 예찬을 펼친 마지막 장편 연출작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2001)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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