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이의 발자취] 지역사회 발전 이끈 고 심재호 목원대 교수
‘선생은 이슬만 먹고살아야 한다’세상 바로잡으려 몸던진 참 지식인
제자들 청출어람 할테니 걱정말구려 심형, 당신이 떠난 뒤 “천국에 벌써 도착했으니 외로워 마세요”란 제수씨 문자메시지에 나와 당신 제자들이 얼마나 눈물 흘렸는지 아십니까? 제수씨 명의로 왔지만 당신이 보낸 ‘영혼의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살아서 못다한 제자 사랑을 천국에서 베풀고자 하는 스승된 자의 도리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까요. 심형은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는 대신 맑디맑은 미소와, 사랑과, 온화함으로 제자들에게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 ‘참스승상’을 실천했습니다. 이제 천국에 있는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제자들은 분명 청출어람할 것이니 이제 걱정 내려놓으세요.” 심형을 하늘로 보낸 지 달포가 흐른 지금에야 지난날을 되돌아 볼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2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오른쪽 어깨에 무거운 책가방을 둘러멘, 배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학생이었습니다. 교단에 서서도 당신은 그때처럼 배움에 목말라 했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된 배움의 자세가 뭔지 깨달았습니다. 천국에서도 아직 배울 것이 남아 있나요? 그곳서도 여전히 공부에 몰두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심형 당신은! 오래 전 심형과 우리 가족이 모였을 때 아내들 투정에 심형은 “선생은 이슬 먹고 사는 거야! 선생이 풍요로움을 바라면 썩은 글을 쓰게 된다”고 했죠. 요즘 퇴근길에 연구실 문을 잠그려면 살아 숨쉬는 글 한줄 쓰려고 밤 늦도록 연구실 불 밝히던 심형 모습이 떠올라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멈추곤 합니다. 천국에서도 새벽녘까지 글 쓰나요? 이땅에서 좋은 글 많이 쓰고도 아직 써야할 글이 남아 있나요? “이 뭐꼬?” 심형은 일그러진 세상을 향해 꾸짖었죠. 그리고 세상을 맑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하여, 잘못된 세상을 뜯어 고치기 위하여 몸을 던지는 참 지식인이었습니다. 심형, 존경합니다. 천국에서는 소리 지를 일이 없지요? 바꿀 것도 없지요?
병상에서 심형은 내게 ‘일만 하지 말고 가족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라’고 했죠. 난 그말에서 가장이자 지아비, 아버지, 그리고 큰아들로 1인4역 하면서 가족을 한없이 사랑하는 당신의 선홍빛 마음을 보았습니다. 심형 말에서 참된 가족의 의미를 깨달았던 거죠. 임종을 지키는 제수씨에게 “걱정 않는다”고 했다면서요? 천국에서는 정말 걱정하지 말아요. 어머님은 만수무강하실 것이고, 제수씨는 당신을 대신해 가장과 어머니 역할을 훌륭히 해낼 테니까요. 현보와 규보 형제는 이땅의 동량으로 잘 자랄 겁니다. 작별의 시간입니다. 다시 만나면 못다 한 말, 일, 사랑에 대해 밤 늦도록 얘기 나눕시다. 연구실 앞에 심어진 향나무 보며 심형을 기억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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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심재호 목원대 교수가 생전에 부인, 두 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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