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8.17 18:34
수정 : 2007.08.17 22:40
|
변중석씨
|
범현대가 형제들 임종 지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씨가 17일 오전 9시45분 지병으로 별세했다. 86살.
1921년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난 변씨는 36년 1월, 15살의 나이로 6살 연상인 정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그는 평소 재벌 총수의 안주인답지 않게 소박한 생활로 묵묵히 남편을 뒷바라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모든 식구와 함께 아침을 먹던 남편을 위해 늘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직접 챙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 정 명예회장은 재봉틀 한 대와 장항아리를 유일한 재산으로 알고 부자라는 인식을 전혀 하지 않은 아내를 좋아한다고 했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며 “젊은 시절 그렇게 고생을 거치면서도 불평불만 하나 내색하지 않고 집안을 꾸려준 내자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회상한 바 있다.
변씨는 90년 말 심장병과 고혈압 등으로 입원한 이후 오랜 투병생활을 해 왔는데, 2001년 3월 남편 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병석에 누워 있었다. 고인은 슬하에 8남1녀를 뒀으나 장남 몽필(1982년 사망), 4남 몽우(1990년 사망), 그리고 2003년 대북송금 수사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5남 몽헌씨 등 세 아들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재계의 관심은 그의 타계를 계기로 범현대가가 소원해진 관계를 털어내고 다시 결속할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 정몽윤 현대화재해상보험 회장 등 ‘몽’자 돌림 형제들이 고인의 임종을 지켜보려고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범현대가가 한곳에 모이기는 2005년 5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타계한 이후 처음이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에는 재계를 중심으로 정·관계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일찌감치 빈소를 찾은 것을 시작으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수영 경총 회장, 한승주 고려대 총장 등이 애도를 표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시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며느리들에게 잘해주셨고 항상 검소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빈소 주변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보낸 200여개의 조화로 가득 찼으며, 범현대가 계열사 임직원 100여명이 나와 밤새 밀려드는 조문객들을 맞았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변씨는 21일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의 고 정 명예회장 곁에 묻힌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