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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03 19:28 수정 : 2008.01.03 19:28

김춘희씨

기초생활자 지원금 모아 500만원 기부한 김춘희씨

김춘희(82·사진)씨는 매달 20일이 되면 서울 신정3동 집에서 가까운 시장을 찾는다. 새마을금고에 들러 돈을 찾기 위해서다. 기초생활수급권자인 김씨는 다달이 38만원씩 지원금을 받는다. 받는 액수 만큼이나 쓰임새도 단출하다. 1할은 가장 먼저 하나님을 위해 십일조로 뗀다. 그리고 전기요금 등 공과금으로 3만원 정도가 쓰인다. 그나마도 아까워 불도 잘 켜지 않는다. 끼니는 가까운 복지관에서 보내주는 도시락을 아껴서 나눠 먹는다. 밥이 지겨우면 라면이나 국수를 끓여 먹는다. 가끔 즐기는 ‘사치’다. 그 밖에 돈을 쓰는 곳은 없다. 1주일 넘게 10원도 안쓰는 일도 흔하다.

그러다보니 한달에 30만원이 넘게 돈이 쌓인다. 그 돈은 “놔두면 쓸까봐” 교회에 맡긴다. 그렇게 모인 돈이 덩치가 커지면 복지기관으로 향한다. 3일 김씨는 5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물론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는 300만원을 기부했고, 2005년에는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전세금 1500만원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김씨는 “나라가 늙은이한테 무언가 주려고 애쓰는데, 나도 아끼고 아껴서 나라에 보태고 싶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승석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팀장은 “할머니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매년 기부하는 것이 감사하지만, 죄송한 마음도 들어서 받아야 하는지 망설였다”며 “그렇지만 할머니가 ‘이번이 마지막 기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에도 받았다”고 말했다.

욕심 없는 김씨에게도 가슴에 품은 소원 하나는 있다. 북쪽에 있는 고향을 한번 찾아가보는 것이다. 1945년 10월 보따리만 들고 혼자 서울로 내려왔다는 김씨는 “강원도 금강산 자락 회현리에 데려다주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향 마을을 찾아갈 수 있을 것같다”고 한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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