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0 18:03
수정 : 2005.07.10 18:03
유신 시절 대표적 반체제 인사로 국외에서 민주화운동을 이끈 이재현 박사가 8일 오후 2시(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마콤시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9.
1926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고인은 미군정청과 미 25사단 본부에서 근무를 하면서 영어실력을 쌓았고, 이승만 대통령의 영어 성명서를 작성하는 대리집필자가 됐다. 또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의 공보비서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미 한국대사관 초대 공보관장을 지내던 73년 6월 이 박사는 유신독재에 반대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유신독재에 대한 미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막지 못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한국 중앙정보부가 대사관 직원들을 간첩으로 몰아세우려 한 게 망명의 직접적 계기였다고 한다. 그 뒤 이 박사는 한국의 인권문제를 다루던 미 하원 프레이저 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 중앙정보부가 미 의회 의원들을 매수하려는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등 박정희 정권의 비밀공작 내용을 증언했고,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미 의회 증언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 미주 의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등과 함께 80년대 국외 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웨스턴 일리노이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최명자씨와 아들 유진(재미 의사)씨 등 4남매가 있다. 미국 전화번호는 309-837-3861.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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