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보수파 ‘역주행’ 겉치레 넘은 화해 더 절실 종교 간 대화의 새 장을 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가 출범한 지도 올해로 20년이 됐다. 1960년대 종교 간 대화의 물꼬를 텄던 강원용 목사를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원불교도인 김성곤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 사무총장 등의 주도로 만들어진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매년 7대 종교가 참여하는 종교예술제와 종교청년평화캠프를 열었다. 1998년부터 매년 여름철 60여명이 참석한 종교청년평화캠프는 4박5일 가량의 일정동안 각 종교의 성지를 돌면서 ‘다름이 아름답다’란 주제로 다른 종교 이해에 나섰다. ‘타종교’라는 배타적인 용어 대신 ‘이웃 종교’란 말이 등장한 것도 이 캠프에서였다. 종교인평화회의는 21~22일 서울 충무로 세종호텔 세종홀과 남산 국제유스호스텔에서 7대 종단들의 수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세기 새 문명질서와 한국 종교’란 이름으로 종단교역자캠프를 연다. ■ 종교 간 화해에 찻물=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종교 간 화해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불교와 가톨릭, 불교, 개신교 진보 진영 등이 종교 화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개신교 보수파와 복음주의권의 ‘예수천국 불신 지옥’ 피켓을 든 공격적 전도, 이웃 종교 몰이해로 인한 갈등이 잠복돼 있다. 최근엔 개신교 사학인 강남대에서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강의하던 이찬수 교수가 타종교 문화에 대한 포용 때문에 해직돼 논란을 빚고 있다. 개신교 신자 뿐 아니라 비신자가 많은 종합대에서 무조건적인 반목이나 맹신이 아닌 폭 넓은 종교 교육으로 오히려 비신자 학생들의 개신교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 기여했던 이 교수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사학 내 교목실의 부추김으로 해직되자 종교엔지오 등 31개 단체가 “현대판 종교재판”이라며 해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 ‘겉치레 화해’에서 ’진정한 화해’로=종교계에선 크리스마스나 ‘부처님 오신 날’에 서로 축하하고,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형식적 모임을 갖는 수준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대화를 통해 이웃 종교를 이해함으로써 자기 종교의 내실도 키워가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12일 가톨릭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서울 정동 품사랑에서 개최한 ‘문화의 복음화 포럼’에 참여했던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표면적으론 이웃종교와 토속문화에 대한 관용과 이해를 얘기하지만, 절을 방문한 어떤 수녀가 절집의 문화에 따라 예의상 절을 한 것을 두고 고위 성직자가 비판을 하기도 해 실제 현장에서 타종교를 만나는 사람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겉치레를 넘은 진정한 화해로 가야할 때”라고 말했다. 종교인평회회의의 변진흥 사무총장도 “자선을 할 때도 자기 종단의 세과시에만 전념하곤 한다”며 “이제 공동선을 실현하는데 함께 나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불교계에서도 황우석 사태 이후 ‘무조건적인 불자 감싸기’로 종교 간 대립 양상을 낳은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지관 스님이 가톨릭 복지시설을 방문키로 한 것도 이에 대한 성찰의 결과로 전해진다.
종교 엔지오 대표들이 강남대 이천수 교수(맨오른쪽)와 함께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족벌 종교사학에 대한 교육부의 엄정 대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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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의 미리내 성지에서 은퇴 사제와 노령 신자들의 요양원 ‘성베드로의집’을 운영하는 방상복 주임신부는 16~17일 ‘종교간 대화와 관용’을 주제로 피정 행사를 연다. 그리스도교의 배타성을 극복하려다 고난을 당한 전 대광고 교목실장 류상태 ‘한국종교자유를위한시민연합’ 실행위원을 초청했다. 오는 26일부터는 3회에 걸쳐 이찬수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계획이다. 방 신부는 “진리는 혼자 독점할 수 없는 것”이라며 “벽을 넘어선 이들이야 말로 그리스도 화해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시대의 현자요 선구자”라고 말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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