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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06 19:23 수정 : 2006.06.07 16:15

만다라 작업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

청전 스님 ‘달라이라마와 함께 지낸…’ 펴내

매년 여름이면 히말라야 라다크의 오지로 떠나는 이가 있다. 그의 순례길엔 영양제와 관절염약, 보청기, 돋보기 등을 실은 수레나 트럭이 함께한다. 약 한 번만 먹으면 나을 수 있는데도 평생 고질병에 시달리는 두메산골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것들이다. 그래서 그는 히말라야 사람들에게 ‘산타 몽크’(산타클로스 스님)가 되었다.

티베트의 정신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망명해 살고 있는 인도 땅 히말라야 다람살라에선 ‘코리안 갤롱’(한국 스님), 라다크 사람들에겐 ‘산타 몽크’로 통하는 청전(53) 스님이다. 그가 〈달라이 라마와 함께 지낸 20년〉(지영사 펴냄)을 썼다. 가톨릭 수도자를 꿈꾸며 대건신학대에 재학하던 중 출가해 국내 선방에서 참선 정진하다 성자를 찾아 아시아 일대를 순례하던 중 1988년 달라이 라마를 극적으로 만나 지금까지 곁에서 수행해온 그의 회고담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과 〈입보리행론〉 등 티베트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서들을 번역한 적은 있지만, 그가 자신의 얘기를 글로 쓴 것은 처음이다.

그는 글쟁이가 아니다. 그의 글엔 쟁이의 가식이 없다. 그가 순례한 히말라야의 오지 라다크나 성산 카일라스의 설경과 호수처럼 때 묻지 않은 순수가 있다. 그래서 그의 회고기는 특별하다.

달라이 라마와 함께 있는 청전 스님
그는 등반가가 아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베이스캠프를 차리거나 짐꾼을 고용할 돈도 그에겐 없고, 에베레스트를 정복해 이름을 날릴 일도 없다. 그가 가는 곳은 어느 등반가도 가지 않은 길이다. 그가 ‘진정한 산사람’인 이유다.

그가 라다크의 싱고라 고개를 넘어 어느 모퉁이를 돌아섰을 때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악!’ 하고 탄성을 질렀다. 깎아지른 벼랑엔 제비집처럼 절들이 붙어 있고, 그 뒤엔 시커먼 동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경이감에 그가 절을 향해 맨땅에 3배를 올리고 동굴 안에 들어가 보니, 그 벼랑 속에 호수가 있었다. 호수 중간엔 하얀 탑이 있고, 몇몇 스님이 호수 주위를 돌면서 옴마니밧메훔 진언을 외고 있었다.


13년 뒤 그가 다시 푹탈곰파의 그 동굴을 찾았을 때 그곳엔 호수도 탑도 없었다. 그 절 스님들은 원래부터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일반인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신비체험은 목숨을 건 성산 카일라스 순례에서도 계속된다. 그는 티베트의 시가체에서 이정표도 없는 길을 건빵 몇 봉지 담은 바랑 하나만 메고 걸어서 카일라스에 당도했다. 순례의 고비 때마다 그는 꿈에 스승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가 돌아와 카일라스 순례를 보고하러 갔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달라이 라마는 그의 순례 내용과 꿈까지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도, “흔히들 티베트 불교를 최고의 종교, 최고의 스님들로 너무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어디 가나 모순이 있고, 갈등과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다”며 실상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활불’로 알려져 있는 린포체들의 상당수가 도탄 속 민중을 외면한 채 일신의 안일과 영화만을 쫓으며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본 달라이 라마가 “살아생전에 이 잘못된 린포체 제도를 없애든지 고치든지 해야 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공개하기도 하고, 린포체들을 한국에 초청해 관정의식을 베풀며 ‘장사’를 하는 실태를 고발하기도 한다. 한국인이나 티베트인 할 것 없이, 계행을 어기거나 종교를 빙자한 장사에 나서면 면전에서 가차 없이 비판하는 그의 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까지 63개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에게 중국의 눈치만 살피며 비자를 내주지 않는 한국 정부와는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처신을 들려준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을 때, 중국이 초청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협박했지만 그 나라는 “어떤 제재를 행동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단순히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행복이기에 그분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며 초청을 성사시켰고, 그 이후 중국이 제재를 했다는 소식은 없다는 것이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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