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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라 작업을 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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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와 함께 있는 청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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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뒤 그가 다시 푹탈곰파의 그 동굴을 찾았을 때 그곳엔 호수도 탑도 없었다. 그 절 스님들은 원래부터 그곳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일반인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신비체험은 목숨을 건 성산 카일라스 순례에서도 계속된다. 그는 티베트의 시가체에서 이정표도 없는 길을 건빵 몇 봉지 담은 바랑 하나만 메고 걸어서 카일라스에 당도했다. 순례의 고비 때마다 그는 꿈에 스승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그가 돌아와 카일라스 순례를 보고하러 갔을 때 그는 다시 한 번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달라이 라마는 그의 순례 내용과 꿈까지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고백하면서도, “흔히들 티베트 불교를 최고의 종교, 최고의 스님들로 너무 환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어디 가나 모순이 있고, 갈등과 보이지 않는 이면이 있다”며 실상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활불’로 알려져 있는 린포체들의 상당수가 도탄 속 민중을 외면한 채 일신의 안일과 영화만을 쫓으며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것을 본 달라이 라마가 “살아생전에 이 잘못된 린포체 제도를 없애든지 고치든지 해야 되겠다”는 말을 했다는 것을 공개하기도 하고, 린포체들을 한국에 초청해 관정의식을 베풀며 ‘장사’를 하는 실태를 고발하기도 한다. 한국인이나 티베트인 할 것 없이, 계행을 어기거나 종교를 빙자한 장사에 나서면 면전에서 가차 없이 비판하는 그의 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까지 63개국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에게 중국의 눈치만 살피며 비자를 내주지 않는 한국 정부와는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처신을 들려준다. 오스트레일리아가 달라이 라마를 초청했을 때, 중국이 초청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제제재를 하겠다고 협박했지만 그 나라는 “어떤 제재를 행동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단순히 물질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행복이기에 그분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며 초청을 성사시켰고, 그 이후 중국이 제재를 했다는 소식은 없다는 것이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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