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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2 21:47 수정 : 2006.06.22 21:47

기독교 고난 주간 행사에서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재연하는 모습. 한겨레자료사진(오른쪽)

한목협 15개 교단 26일 수련회
선교·부흥 앞서 자기갱신 촉구
목사 타락·교회 권력화 비판

신자 첫 감소…목회자들 충격 속 자성 움직임

“세상의 본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행한 우리의 죄악을 회개합니다. 직분자 선거에서도 세상 정치에서도 용납하지 않는 금권 타락선거와 비리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린 것을 참회합니다. 세상 권세와 결탁해 진리를 왜곡하고, 거룸함보다 풍요로움을, 겸손함보다 온갖 명예를, 섬김보다 소유를 더 갈망한 죄악을 회개합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소속 15개 교단 목회자들의 참회고백록이다. 개신교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전도’, ‘선교’, ‘부흥’ 등의 구호와는 사뭇 다르다.

가끔씩 교단과 목사들의 회개 발언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고백은 개신교계가 직면한 본질적인 위기감에서 나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 결과 지난 10년간 가톨릭 신자가 219만, 불교 신자가 40만5천명이 각각 늘어난 반면 개신교 신자는 14만4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땅에 개신교가 들어온 지 120년 동안 성장만을 해온 개신교가 처음 겪는 ‘감소’다. 이런 결과는 개신교계의 배타적 신앙행태와 대형교회 목사들의 도덕적 타락, 권력 집단화 등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으로 일찍이 예견되기도 했지만, 막상 신자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자 개신교계는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목협이 26~27일 경기도 안성시 ‘사랑의교회 안성수련관’에서 ‘한국교회, 오늘의 극복과제와 새 지평!’이란 이름으로 열 수련회는 그 충격을 근본적인 성찰로 돌리기 위한 자리다. 참회고백은 26일 밤 7시30분 ‘한목협의 밤’에서 하게 된다. 이 행사엔 한목협 회장단인 옥한흠·전병금·손인웅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경조(성공회)주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박종순 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 총장인 은준관 목사와 나사렛대 총장인 임승안 목사 등 개신교계를 대표할만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한목협 김원배 총무는 “평양대부흥회 100돌을 한 해 앞두고 ‘다시 부흥시키자’는 목소리만이 많았지만, 이보다 회개와 현실 점검이 더 절실한 때”라고 밝혔다. 미리 나온 발표 자료들에선 개교회주의와 개교회 성장주의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한목협 공동 총무인 이문식 목사는 “‘수평이동을 통한 교회 성장’이 개교회간 이기적인 경쟁과 상호소모적인 관계를 확대시키고,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를 흡수해 거대교회가 출현하는 역기능을 촉진시켰다”고 지적했다. 엄상현 목사(좌동교회)도 “개교회에서부터 일반성도들이 내 교회가 아닌 다른 교회를 경쟁의 대상으로 보거나 우리교회 이외의 교회를 다른 교회가 아닌 잘못된 교회로 인식하고 비방하는 행위, 또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교회들의 지체됨을 무시하려드는 행위들부터가 교회의 하나 됨을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조강연을 할 박영신 교수(연세대 명예교수)는 “오직 경제 성장만이 제일이라는 의식이 교회에 유입되면서 개교회의 크기를 교회의 부흥과 성공으로 이해하는 천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 인식을 토대로 한 갱신의 요구도 나왔다. ‘우리가 꿈꾸는 교회’란 제목으로 발표할 장봉생(서대문교회) 목사는 ‘목회자의 갱신’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은 뒤 구체적으로 “교회를 사유화하지 않고, 불평등한 인맥 승계를 하지 않은 투명성을 지니고, 교회를 배경삼아 자신의 야망과 이름을 교단이나 사회에서 드러내지 않고 겸손해야 하며, 성적 타락 등을 방지해 도덕성 있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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