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살 노신부가 들려주는 삶의 진실 피에르 신부는 한 때 성적인 욕망과의 싸움에 패배한 적이 있음을 시인하기도 한다. 그는 또 “욕망조차 아름답고 선하고 고결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면 영적인 성장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와 오랜 세월 함께 살고 있는 사제들을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그런 사생활과 무관하게 그들은 여전히 훌륭한 사제들”이라면서 사제들의 혼인문제를 논외로 친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어 했다.
교황과 교회에 대한 언급에서 그는 늘 권력의 편이 아닌 약자와 진실의 편에 서고자 한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회에 대한 헌신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면서도 에이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생각할 때 콘돔 사용을 금지한 그의 처사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피에르 신부는 현 교황 베네딕트 16세에 대해 “종교재판소라고 불리던 신앙교리성의 가공할 수장이었다”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추기경들이 그를 선출한 것은 그가 고령(78살)이어서 그리 오래 재임하지 않으리란 것을 고려했고, 서로를 잘 알아가는 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기 교황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심사숙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베네딕트 16세가 재혼자들에게도 영성체를 허락하고, 전에 결혼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사제 서품을 허락할 것이지만 여성의 사제 서품이나 동성애의 배척과 같은 사안에는 결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도 여성의 사제 서품이 그리스도교 신앙에 위배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신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2천년 전 여성 불평등이 당연시되던 사회의 관습에서 기인된 이런 제도는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한 오늘날 당연히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피에르 신부는 성서에 대해서도 터부를 넘어선다. 그는 “창세기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들이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며, “성서는 객관적인 관찰자가 기록한 것이 아니므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인간의 원죄를 믿지 않음을 고백하며, “원죄라는 부절적한 단어 대신 ‘대물림한 상처’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한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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