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강교수 역주·고우스님 감수
이전 번역본 오류 모두 바로잡아 “본래 성불해 있는 본분자리에서는 말길이 끊어지고, 생각의 자취도 끊어져 자유자재할 뿐이지 따로 닦고 깨달을 것이 없다. 닦아서 깨닫는다면 머리 위에 다시 머리를 더 올리는 것과 같이 군더더기일 뿐이다.” 고봉 원묘 선사(1238~1295)의 <선요>(禪要)의 서문에 대해 역자가 요지를 밝힌 것이다. ‘일제 중생이 닦고 말 것이 없이, 본래 모두 성불해 있다’는 것이니, 중생에겐 이 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간화선의 전통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란 부제가 붙은 <선요>는 ‘본래 성불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우리나라에 조사선의 전통을 뿌리내리게 하는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따라서 <선요>는 선승들에게 필독서였다. 선원장급 수좌의 대표적인 선승인 강원도 봉화 태백산 각화사 서암의 고우 스님은 그 동안 선승들과 재가자들에게 <선요>를 통해 선지를 깨우쳐왔다. 이번 책은 고우 스님으로부터 <선요>를 배운 전재강 안동대 국문과 교수가 역주를 했고, 고우 스님이 감수했다. 고우 스님은 “현재까지 조계종 강원에서 기본교과서로 사용해 온 안진호 현토역주 <선요>가 선의 핵심을 드러내는 종지 부분에서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수십 년 동안 많은 번역서들은 그 오류를 반복하고 심화하는 폐단을 불러왔다”며 “마침 전 교수의 번역본이 오류를 모두 바로잡고 정확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고봉선사는 중국의 송-원 교체기에 일생을 보냈는데, 화두 일념이 되지 않아 고생 끝에 견성했다. 고봉은 <선요>에서 자신의 수행 과정을 토대로 믿음과 분심, 의심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뿌리를 캐낼 수 없고, 이 요소를 갖추어 정진하면 반드시 뿌리를 캘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고봉과 감수자, 역자가 한결같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본래 성불’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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