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서 자란 자생종교 한계, 86년 사회문제 눈뜨며 ‘현실참여’
총선연대·탈북자 지원 등 동분서주
“원불교가 폐쇄성 깨고 세상으로 나가는 길 닦겠다.” “그 때 자신들과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젊은 교무들의 움직임을 너그럽게 지켜봐주었더라면 젊은이들과 갭을 더욱 더 좁혀 대학생 등 청년들에게 원불교가 그토록 폐쇄적이고 답답하게 보이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어른’들은 그런 꼴을 봐주지 않는 풍토였지요.” 원불교 교무들은 다른 성직자들처럼 민주화에 동조할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그나마 김현 교무가 미문화원을 방화하고 자신의 품안으로 도망쳐온 대학생을 보호했다가 구치소에 갇힌 것이 조금이나마 인식 변화의 단초가 되었다. 그래서 86년 9월 개벽교무단이 발족했고, 90년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등과 함께 4대종단협의회에 가담해 원불교도 사회문제와 평화문제 이슈에 명함을 내밀게 됐다. 사회개벽교무단의 태동에 이어 환경단체인 천지보은회도 발족했다. 2년 전 교단 성지인 영광이 핵폐기물처리장후보지로 거론되었을 때는 교단 차원의 반대 투쟁도 있었다. 그러나 교단의 이익과 관계 없는 ‘투쟁’에 대한 사시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김 교무는 1990년엔 강원룡 목사를 보좌해 종단연합기구인 종교인평화회의를 발족해 초대 서울평화교육센터 사무국장을 지냈고, 6·25때 좌우 양쪽에서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지리산위령제 사무총장,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원불교 밖’일에 더욱 더 동분서주해왔다. 그러면서 5년 전엔 교당을 개척했고, 3년 전부터는 그 교당에 ‘평화의집’을 열어 탈북자들을 돕고 있다. 그는 내년엔 원불교와 세상의 소통을 위해 ‘원불교 밖 학자’들로 원불교 창시자를 연구하는 ‘소태산 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의 표어도 수도자의 깨침으로 사회를 변화시켜나가자는 것이지요. 병든 사회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 없이 개벽을 언급할 순 없지요.” 그는 “수도자로서 아성을 지키며 권위나 품위에 안주하기보다는 젊은 열정을 ‘미친 듯이’ 통일이나 생명, 인권, 사회 복지 등 세상에 바치는 후배들이 원불교 안에서도 많이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며 “사회개벽교무단이 원불교가 폐쇄성을 딛고 세상의 큰바다로 나가는 구실을 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개벽교무단은 9월 3일 오후 3시30분부터 9시까지 서울 남산 유스호스텔 중회의실에서 ‘참여·소통·개벽’이란 주제로 20돌 기념 세미나와 간담회를 연다.(02)319-1318.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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