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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걸으라, 그대 가장 행복한 이여〉에 실린 비노바 바베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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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사상 잇는 ‘씨알평화’ 12일 창립식 열어
간디와 함께 평화 실천 ‘비노바 바베 심포지엄’도
“내게 속한 것이 아무 것도 없으므로 모든 것이 나에게 속한 셈이다. 나 또한 모든 사람에게 속해 있다.” 비노바 바베(1895~1982)는 이처럼 텅 빈 평화로움으로 사람들을 섬겼기에, 인도가 되고, 우주가 되었다. 그래서 간디는 평생 자신을 따랐던 제자인 비노바를 세상에서 가장 존중하고 사랑했다.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비폭력 평화 정신과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을 잇는 ‘씨알평화’가 오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엔지오교육센터에서 ‘비노바 바베 심포지엄’을 연다. 비노바는 간디와 함께 30년을 지내며 비폭력 평화의 삶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사티아그라하운동을 하면서 몇차례 옥고를 치렀고, 간디가 죽은 뒤 1951년부터 13년 동안 인도 전역을 도보로 순례하며 지주들의 선의에 호소해 토지를 헌납받아 땅 없는 빈자들에게 나눠주는 부단(토지헌납)운동을 전개한 영성가이자 실천가였다.
심포지엄에선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간디아쉬람과 비노바아쉬람을 탐방하고, 최근 ‘비노바 바베 포토 명상집’인 〈홀로 걸으라, 그대 가장 행복한 이여〉(예담 펴냄, 구탐 바자이 사진)를 편역한 김진 목사가 ‘비노바의 삶과 영성’을 발표한다.
김 목사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원고에서 “비노바의 실천운동의 특징은 단순히 사회구조나 질서의 변화에 머무는 혁명이 아니라 인간의 사상, 마음의 개혁까지도 담보하는 혁명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비노바의 정치경제사상’을 발표할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의사인 홍수연 박사도 “비노바는 감옥에서 인도 독립에 대해 명상하면서 마음의 자유를 얻지 못하고 국가의 자유를 얻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인도와 세계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은 과학과 진아지(참자아에 대한 지식)가 통합 되는 길뿐임을 숙고했다”며 “이에 따라 ‘교육에 의한 개인의 각성’과 ‘명상을 통한 실천’, 그리고 ‘공동체를 통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추구했다”고 밝혔다.
발표자로 나서는 이진권 목사(새봄교회)도 마음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과 사회구조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평화를 추구하는 과정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통합된 것을 비노바의 평화사상으로 꼽았다.
최영란 박사(이화여대 교육학)는 서구의 교육이 기억력과 능력 개발에만 치우쳐 실제적 삶의 기술들을 놓치고 있다고 보고 신교육(나이탈림) 운동을 전개한 비노바의 교육관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비노바는 지식이 탐욕이 되는 경우 아이가 과도한 지식의 부담을 거부하고 내팽개쳐 버리거나 억지로 부담을 떠안게 돼 그의 인격 성장 자체가 정지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며, 지식을 스스로 획득하는 힘을 기르게 하고, 두려움 없이 견해 차이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일하면서 공부하고,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가꾸도록 한 비노바의 신교육을 소개했다.
한편, 간디와 비노바의 비폭력 평화 정신을 받아들인 함석헌 선생을 잇는 이들은 심포지엄 시작 전 같은 장소에서 ‘씨알평화’(이사장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상임이사 김진 예수도원 목사) 창립식을 연다. 함석헌 선생은 씨알사상을 통해 간디와 비노바 바베의 비폭력 평화정신을 이 땅에 구현하고자 했다. ‘씨알평화’는 앞으로 비폭력 평화정신으로 젊은이들을 교육·훈련하고, 이들을 평화의 일꾼으로 분쟁 지역 등에 파송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씨알평화’는 또 현재 건립 중인 인도씨알아쉬람을 마무리 짓는 한편, 평화와 영성을 전하는 평화영성방송국 설립과 분쟁지역에 평화마을을 설립하는 운동도 벌여나갈 계획이다. (02)755-4187.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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