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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05 19:24 수정 : 2006.09.06 17:34

대만 비구니 선승 ‘부처와 꽃을 보러가다’ 출간 /

부처는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조용히 꽃 한 송이를 들었고, 대중 가운데 오직 마하 가섭만이 꽃의 의미를 알고 미소를 지었다. 현대의 고승 만공은 세계일화(世界一花·우주는 한 송이 꽃이다)라고 했다. 다시 대만의 비구니 선승 스젠제 스님은 우리를 꽃밭으로 안내하며 속삭인다.

“꽃 한 송이 관조하는 데서부터 시작하라. 대자연을 배우라. 대자연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스승이다.”

〈부처와 꽃을 보러가다〉(비채 펴냄)는 여성의 섬세한 감수성과 함께 꽃길을 산책하면서 마침내 불교 수행자의 지혜에 의해 ‘꽃에서 부처를 발견’하는 데로 나아가게 한다.

저자는 타이베이 다안삼림공원의 수양버들을 보면서 천 갈래 만 갈래 이별하는 마음을 본다. 예부터 이별하는 이들이 꺾어들고 나갔던 수양버들의 가지에선 애끊는 이별의 한이 하늘거린다는 것이다. 그는 천하에 끝나지 않은 잔치가 없듯이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된다고 했다.

수양버들 보며 이별하는 마음을
수선화에서 슬픔의 원천을
틸란드시아에서 ‘무아의 정신’을 본다

그는 다시 ‘물속에 비친 자기 자신에 반해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의 전설을 간직한 수선화를 보면서 ‘이별이 고통스러운 이유’를 말한다. 사람들은 입만 벌리면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꿈에도 그리는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픈 게 아니라, 세상에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슬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슬픔은 ‘자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스젠제 스님은 토양조차 없이 물만 있으면 살아가는 기생 식물 틸란드시아에서 ‘무아의 정신’을 보았다. 인간이 ‘자아의 존재’에 익숙하듯 대부분의 식물도 토양에 뿌리박고 있지만, 틸란드시아는 땅을 벗어나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아’는 말을 하고 길을 걷는 상대적인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영원불변하고 늘 한결같이 주재하는 절대적인 나를 부정한 것이다.”

저자는 번뇌와 고통을 가져올 뿐인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매일 변화해 가는 매화와 블루데이즈에서 ‘날마다 새로운 꽃’을 보게 한다.

이 책은 대만 3대 서점에서 여러달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출판평론가들이 뽑은 ‘인생에서 필독해야 할 책 30권’에 뽑혔다. 선재 옮김.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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