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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3 19:40 수정 : 2006.09.13 19:40

‘마음일기’·‘선거일기’ 함께 펴낸 정현태씨

세상살이에서 선거만큼 마음을 요란하게 하는 것이 있을까.

단시일의 승부에서 이기면 남들은 평생 기어도 오를 수 없는 국회의원이나 시장, 군수가 되고, 낙선하면 그야말로 상처만 남게 되기 십상인 때문이다. 옛사람들은 누구든 어려움에 처해보아야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선거판과 낙선 뒤 평정을 지키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지난 5·31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남 남해군수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현태(44)씨가 고백록 같은 〈정현태의 마음일기〉와 〈선거일기〉(무진재 펴냄)를 썼다.

‘5·31’ 남해군수 낙선의 쓴맛
아름다운 패배 경험 생생하게

다른 후보의 선거사무실에 들러 물도 얻어마셔가며 선거운동을 했던 정씨는 경남지역 낙선자 중 최다 득표율을 얻어 아쉬운 쓴잔을 마셨다. 〈선거일기〉엔 낙선이 결정된 순간 모든 진기가 다 빠져나간 듯 허탈해졌음에도 자신의 마음을 살펴 ‘최선을 다한’ 자신을 위로하고, 상대 후보에 대한 모든 고소를 취소함과 동시에 도지사부터 군의원까지 12명의 당선자에게 꽃을 보내 축하한 얘기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그의 〈마음일기〉는 교통사고를 낸 뒤 자신이 유리하도록 거짓말을 했던 고백부터 부부싸움과 잠자리의 심정까지 ‘너무나 진솔하기에’, 마음일기에 익숙지 못한 독자들의 얼굴을 화끈 달아오르게 한다. ‘마음일기’란 경계마다 일어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일기로 기재해 ‘본래 마음’과 대조함으로써 본래의 원만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가 일상생활의 경계에서 마음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도록 내놓은 수행법이다.

초등학교 때 가톨릭 세례를 받은 뒤 지금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정씨가 마음일기를 대한 것은 2000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한겨레〉에 실린 마음공부 기사를 읽고부터였다. 교내 언론협의회체 의장 겸 총학생회 대변인으로 데모의 선봉에 섰던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교문 앞에서 한 경찰 간부가 “제 몸 하나도 편케 못 닦는 놈들이 무슨 나라 걱정을 한다고 난리들이냐”고 한 호통은 반발심 속에서도 그의 가슴에 화두로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학 졸업 뒤 참교육 운동과 지역 운동을 하면서도 내면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한겨레’ 보고 마음공부 시작
3년전부터 인터넷 카페에 일기

그는 2001년 원불교 대안학교인 합천 원경고의 박영훈 교감이 경상대 평생교육원에서 한 ‘마음공부 강좌’를 듣고, 마음공부 카페를 만들어 동호인들끼리 진솔한 마음일기를 써 서로 감정해주었다. 아파트 평수보다 마음 밭을 넓혀야 한다는 열정의 일기쓰기는 2003년부터 올 초까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홍보담당관과 바른역사기획단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도 계속됐다.

정씨는 “예전엔 ‘옳다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행복하지 않았는데, 마음일기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좀더 잘 쓸 수 있게 된 뒤부터는 삶의 굴절 속에서도 무엇보다 내 자신이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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