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5 19:30
수정 : 2006.09.15 22:49
지하드 언급…이슬람권 “무책임한 발언” 발칵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이슬람권에서 큰 파문을 낳고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지난 12일 고향인 독일 방문길에 한 대학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14세기 비잔틴제국 황제인 마누엘 팔레올로고스가 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이슬람을 자극했다. 교황은 “팔레올로고스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가 가져왔다는 새로운 것을 보라. 그러면 무함마드가 자신의 교의를 칼로써 전파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그런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황은 “팔레올로고스는 지하드(성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슬람권은 이슬람과 지하드를 크게 왜곡했다며 들끓고 있다. 손꼽히는 이슬람학자인 자베드 가미디는 14일 <뉴욕타임스>에 “교황의 발언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특히) 지하드라는 개념은 결코 칼로써 이슬람을 전파한다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터키의 이슬람 고위성직자인 알리 바르다콜루는 “교황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원한의 감정을 도덕적 가치들과 다른 종교에 대한 존경심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는 11월로 예정된 교황의 터키 방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황의 터키 방문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교황은 추기경이던 2004년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대해 터키인들의 미움을 산 바 있다. 일부에서는 아랍과 이슬람 국가들이 바티칸 주재 대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편다.
파키스탄 의회는 15일 교황이 이슬람권에 파문을 일으킨 무함마드 관련 발언을 철회하도록 요구했다. 의회는 만장일치로 교황이 이슬람에 대해 ‘경멸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무슬림들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점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바티칸 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느끼고 교황 대변인 성명을 통해 교황 발언에 이슬람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에 비해 이슬람과의 관계에 회의적인 자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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