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9.17 20:11
수정 : 2006.09.18 01:00
‘이슬람 국가 기독교인 신앙 제약’ 비판의식 투영된 것
베네딕토 16세 교황 취임 전부터 ‘종교간 대화’ 소극적
이슬람을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종교로 간접 비판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발언은 왜 나왔을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교황의 오래된 이슬람관이 투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 된 뒤 가장 먼저 한 일 가운데 하나가 교황청의 이슬람 전문가이자 종교 간 대화평의회 의장인 마이클 피츠제럴드 대주교를 로마에서 이집트의 교황청 대사로 내려 보낸 인사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청에서 추기경으로 재직할 때부터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추구했던 종교 간 대화 노력에 회의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또 기독교가 유럽의 근본 토대라고 공개적으로 못을 박았고,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도 반대했다.
교황의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의 토대에는 △일부 이슬람 성직자의 테러와의 연계 △종교의 자유 부정 등이 주요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인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바티칸 라디오>를 통해 “단순히 이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슬람 역사는 폭력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신의 의지에 대한 참된 개방”이라며 “이런 긍정적인 요인이 다른 경향(폭력)에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황 재임 기간 공산주의와의 대결에 집착했던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처럼 이슬람을 비판한 전례가 없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적했다. 1990년대까지 교황청과 이슬람의 관계는 미국과 이슬람의 관계와 비슷했다. 이슬람은 교황청의 반공산주의 투쟁에 귀중한 동맹세력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현 교황이 들어선 뒤 교황청의 강조점은 ‘종교 간 대화’에서, 서로 이익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호혜의 원칙’으로 바뀌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5월 ‘이슬람 국가와 이민’을 주제로 한 교황청 협의회에서 “기독교인이 무슬림을 존중한다면, 기독교인들도 무슬림들에게 기독교를 선교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뿐 아니라, 선교권까지 완전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번 교황 발언의 배경으로 “교황이 서방과 과격파 이슬람의 고조되는 갈등 상황을 교황청의 도덕적 권위를 높일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로마의 동방주교연구소의 이슬람 전문가 로버트 태프트의 말을 따 “교황은 믿음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이슬람이든 누구든 (이러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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