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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15 22:56 수정 : 2006.10.15 23:02

500년전 콜럼버스의 항해는
기독교·제국주의 세계화 의지 대변
북핵 둘러싼 ‘정의로운 전쟁론’
평화신학·운동 차원에서 비판 나서야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 10주기 심포지엄

북핵 실험으로 격랑에 휩싸인 한반도에서 기독교와 미국을 다시 보게 하는 국제심포지엄이 열린다. 서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던 서구신학의 틀을 벗어던지고, 동양의 눈으로, 한민족의 눈으로, 민중의 눈으로 세상과 예수를 보았던 안병무(1922~1996) 박사의 10주기를 맞아서다.

추모 심포지엄은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지구화 시대 예수 민중 평화’라는 이름으로 열린다. 발표자들의 원고를 미리 보았다.

첫 발표자로 나설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의 발표문은 ‘지구화의 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미국과 기독교의 두 얼굴’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그는 “500년 전 콜럼버스의 항해는 기독교적 세계선교명령과 식민주의 내지는 제국주의적 세계화 의지가 가장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결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콜럼버스 둘째아들의 말을 제시한다.

“하나님의 지존하심은 인디오들을 우리 손에 넘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생필품의 부족과 질병까지도 보내주어 그들의 숫자가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게 하셨다. 이것을 통해서 분명해진 것은 오직 하나님의 손과 그의 고귀한 뜻을 통해서 그같은 놀라운 승리와 원주민들의 굴복을 가능하게 해 주신 것이다.”


손 교수는 또 문명비평가 커크패트릭 세일이 〈낙원의 정복〉에서 언급한 구절을 제시한다.

“콜럼버스 이래 굴복 당한 다른 대륙의 사람들에게는 서구의 언어와 의복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관습들이 강요된다. 콜럼버스 이래 유럽의 것은 문화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민속이고, 유럽의 것이 종교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미신이고, 유럽의 것들은 언어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방언이며, 유럽의 것이 예술품이라면, 다른 대륙의 것은 민속품이 되었다.”

그는 “1960년엔 세계인구 20%의 복지국가들이 가난한 20%의 국가들보다 개인소득이 30배 많았으나 세계화로 인해 지금은 약 80배가 많아졌다”며 “세계화는 민중들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나타나고 있으며, 콜럼버스는 세계화를 통해 ‘하나님이 승리하실 것’이라고 했지만, 결국 맘몬(돈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성공회 사제인 가야마 히로토 신부도 발표문에서 “서구 사회에 의한 기독교는 제국주의와 결탁하고, 메시아니즘은 제국주의적으로 해석되어 전개되었다”며 “유일신교의 제국주의적 해석인 미국의 세계전략은 ‘인권 외교’와 ‘대테러전쟁’이란 말에서처럼 ‘세계의 경찰’을 넘어서 ‘제국주의적 메시아’로서 세계에 군림하려 하고 있다”고 보았다.

폴커 퀴스터 교수(독일 하이델베르크대)는 발표문에서 안병무를 탈식민지시대의 신학을 앞질러간 신학자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민중조차 특정한 틀에 묶어둘 수 없는 것으로 보며, 끝없이 열린 마음으로 신학을 했던 그 자세야말로 안 박사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이라고 꼽았다.

안병무, 강원용 목사 등과 활동해온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발표문에서 ‘민중과 평화’를 주제로 삼았다. 그는 “로마의 기독교 공인 이후 십자군 전쟁식 평화로 추구하는 ‘정의로운 전쟁론’이 지배하며 ‘이라크 침공 전쟁’에까지 이르렀다”면서 “특히 북핵 실험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정의로운 전쟁론’의 근거와 현실 적응을 평화신학과 운동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또 “안 박사는 민중의 주체적 평화 만들기 참여를 통해 ‘민에 의한 통일’을 내세웠지만, 공산주의가 말한 프롤레타리아트는 실제 파워 엘리트가 프롤레타리아트의 이름을 악용한 독재였을 뿐 ‘민’은 없었다고 보았다”며 “진실로 자유할 수 있고, 정의롭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 체제’에서의 민과 민중의 자발적 참여가 담보된 평화와 통일을 주창했다”고 밝혔다.

안 박사 추모예배는 19일 오전 1시 경기도 마석모란 공원 묘지에서 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예수를 업고 민중을 품은 삶
안병무 평전 등 책 3권 나란히 출간

안병무 박사를 기리는 책들이 동시에 출간됐다.

〈안병무-시대와 민중의 증언자〉(김명수 지음, 살림 펴냄)는 서구 신학자들조차 주목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신학자이자 향린교회, 갈릴리교회, 한백교회와 한국신학연구소, 한국디아코니아자매회를 낳았던 안병무의 드라마틱하며 치열한 삶을 보여주는 평전이다.

평남 신안주에서 한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안병무는 간도 은진중학교에서 시인 윤동주와 문익환, 문동환, 강원용 등과 학창시절을 보내며 ‘민족’과 ‘예수’에 눈을 떴다. 어린 시절 홍범도, 김일성 장군의 전설을 들으며 자랐으나 해방 뒤 좌익계열 독립군들이 동포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강간하는 것을 보고 그들과 충돌을 일으킨 뒤 서울로 왔다. 그러나 우방으로 여겼던 미국은 그를 짐승보다 더 함부로 다루고 며칠씩 굶긴 채 포로수용소에 감금했다. 안병무는 해방공간에서 서울대를 졸업하고 전쟁 중에 신앙공동체 일신회를 만든 이후 40대 중반까지 독신으로 살며 오직 그리스도적 삶을 살고자 했다. 평전은 그가 독일 유학 뒤 청계천 노동자 전태일의 죽음을 목도하고 눈물을 흘리며 민중을 삶의 중심으로 삼고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죽은 민중의 시대 안병무를 다시 본다〉(삼인 펴냄)는 김진호(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목사와 황용연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대학부장, 최형묵 천안살림교회 목사, 이정희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이 ‘안병무 다시 읽기’를 시도한 것이다. 안 박사가 자기 시대의 문제의식에서 신학을 사유한 것처럼 이들은 다시 이 시대 민중과 소수자, 분단의 문제를 사유한다. 또 안 박사가 원장으로 있던 한국기독교장로회 선교교육원도 창립 30돌 기념논문집으로 그의 민중교회론 등을 담아 〈교회로 간 민중신학〉(만우와장공 펴냄)을 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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