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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07 18:41 수정 : 2006.11.07 18:41

고1때 ‘원효’ 읽은 뒤 입문
불교개혁 앞장 ‘양복입은 스님’
“승가 부패는 욕심 못버린 탓”

퇴임 앞둔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 /

최근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선거 과정의 비리를 비롯한 스님들의 타락상에 가장 가슴 아팠을 인물 가운데 한명이 바로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57·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상임대표다. 그는 승복을 입은 스님들만큼 눈에 띄지 않지만,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불교가 불교다워지는 데 혼신을 바친 사람으로 그를 첫손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이 창립을 주도해 거대 종단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내며 불교계에 새바람을 불러왔던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직에서 물러난다. 그를 지난 3일 재가연대 사무실인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에서 만났다.

그는 ‘승가의 현 상태’를 ‘출가 정신의 실종’으로 보았다. 출가란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유의 삶’을 선택하는 것인데, 지금은 ‘재가자’(출가하지 않은 불자)에서 ‘출가자’(스님)로 자리만 옮긴 채 재물과 명예와 권력까지 모두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리다툼과 폭력의 근원엔 돈 욕심이 도사리고 있지요. 만약 자리를 차지해도 돈을 개인이 만질 수 없게 재정이 투명하다면 자리를 차지하려고 그렇게까지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불교 종단 내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진단은 1998년 ‘조계종 폭력사태’ 이후 불교바로세우기로 출범한 뒤 끊임없이 교단 자정을 감시해온 재가연대 활동의 결과다. 승가의 견제와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불교 개혁운동을 중단하지 않은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그가 불교를 처음 접한 것은 상경해 유학 중이던 경기고 1학년 때였다. 우연히 접한 전기문 〈원효〉에서 산중턱 바위에 앉아 있는 원효를 도깨비들이 희롱하는 장면을 읽게 되었다. 그는 원효가 신통력으로 도깨비들을 때려잡아 죽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원효가 도깨비들과 어울려 춤을 추지 않는가. 이분법적인 이데올로기 교육과 서양의 선악관만을 배웠던 그는 〈원효〉를 읽은 뒤 정작 ‘우리 문화’에 대해 너무나 무지한 것을 자각하고 ‘룸비니’라는 불교학생회를 찾아갔다. 서울대 문리대 룸비니 지회장을 하면서 불교 공부에 열심이었던 그는 미국 유학 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원일 때 숭산 선사로부터 출가를 권유받기도 했다. 그는 1983년 서강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귀국했지만 국내의 불교계 실상도, 불교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 게 없었다.

“1970년 역사학자 토인비는 20세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일로 ‘불교가 서양에 소개된 것’을 꼽았고, 미국에서도 ‘불교’는 상당히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는데, 한국의 지식인들은 1700년 전통의 우리 불교 문화에 대해 신기할 정도로 무지하기만 했고, 스님들은 세상 문제에 답을 제시해줄 만한 능력도 갖추지 못하더군요.”

그는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로서 생명과 자비, 평화와 같은 불교적 가치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운동에 나서기로 서원한 뒤 서른아홉에 결혼을 하고, 재가운동에 뛰어들었다. 교수불자연합회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해 열반한 법장 총무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생명나눔실천회를 94년에 만들어 장기기증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였고, 같은해 재가단체로선 유일하게 종단 개혁에 나섰던 ‘우리는 선우’라는 재가단체를 만든 이도 그였다. 그런데도 그에게선 자신을 내세우거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불교를 바로 세우기 위한 그의 경책만큼은 매섭다.


“불교가 ‘산중 고승’만의 종교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생명과 평화, 자비에 대한 불교적 가치가 사회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지요. 우리가 부닥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승가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답을 주지 못한다면, 이미 종교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글·사진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재가운동 보금자리 ‘우리함께빌딩’
기독교단체에도 사무실 제공

서울 장충동 동국대 입구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우리함께빌딩’은 2년 전 박광서 대표를 비롯한 재가연대와 ‘우리는 선우’ 임원들이 돈을 갹출하고 집까지 담보로 잡혀 융자받아 마련한 재가운동의 보금자리다. 승가단체도 아닌 재가단체가 도심에 대지 200평에 6층 건물을 마련하자 시민단체들도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 굵직한 불교단체뿐 아니라 신생 엔지오들도 자체 건물 마련의 꿈을 이룬 곳은 드물기 때문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이곳에서 불교의 부패를 감시하는 교단자정센터와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불교아카데미, 전세계 불교계를 연결하는 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 종교적 자유를 신장하는 노력을 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수행을 돕는 ‘밝은 세상’ 등 5개 센터를 두고, 조계종단이 못하는 일까지 해내고 있다. 박 대표는 상임대표직을 법무법인 ‘바른’의 김동건 대표변호사에게 넘겨주고, 우리 사회가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관용하는 운동을 위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우리함께빌딩’은 시민단체뿐 아니라 열린신앙인사회학교,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등 기독교단체들에까지 저렴한 값으로 사무실을 제공해 ‘우리 함께’의 공존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buddha21.org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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