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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새길교회 교인들의 수련회 때. 갇히기보다는 열려 있고, 구속되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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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말씀 제대로 실천하는 ‘새길교회’ 창립 20돌
매주 강당 빌려 예배 보고헌금 60% 남 돕는 데 써
불교·이슬람 강좌도 열어
3일 오후 ‘기독교의 새길’ 포럼 교회 밖 사람들과도 벽을 쌓지 않고 상생을 도모하면서도 예수의 고갱이를 현실에 되살려온 새길교회가 창립 20돌을 맞았다. 새길교회는 군사독재 정권의 말미인 1987년 3월 설립됐다. 부흥에 도취돼 본질을 망각한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한 성찰과 함께 ‘성서가 증거하는 본래적 의미의 교회’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신자를 많이 끌어모으고 큰 건물을 지어 이른바 ‘성공’한 교회가 이들이 따라야 할 모델이 될 수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그런 구습과의 단절의 상징으로 세 가지가 없는 교회를 만들었다. 교회 예배당을 따로 갖지 않고, 성직자와 평신도의 위계질서를 타파한 평등한 교회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 담임목사를 두지 않으며, 교권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어느 교단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은 매주 일요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강남청소년수련관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또 헌금의 60% 이상을 남을 돕는 데 사용하며, 계속된 신학강좌를 통해 기독교의 새길을 모색하고, 불교와 이슬람 등의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목사의 설교를 대신하는 ‘말씀 증거’는 신학위원들인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최만자 전 한국여성신학회 회장, 권진관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차옥숭 한일장신대 교수 등이 맡는다. 새길교회는 창립 20돌을 맞아 3일 오후 8시~9시30분 축하음악회와 축하만찬을 열고, 4일 오전 11시30분엔 창립기념 감사예배를 드리며, 이날 오후 2시엔 ‘21세기 기독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포럼을 연다. 행사는 모두 예배처소인 강남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다. 이번 포럼에 발표할 자료에서 김기동 새길문화원 신학연구원은 “한국 교회가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스스로 고립돼 폐쇄집단화하는 것은 신학의 부재로 인해 물음을 허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교만 하고, 평신도는 그저 절대적 순종으로 수동적 응답만을 강요하는 데서 기인한다”며 “교파와 건물과 함께 담임목사를 두지 않기로 한 것은 절대적 권위가 필연적으로 초래하는 독선과 배타성에서 벗어나 열린 신학, 관용의 신학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류상태 새길문화원 사무국장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고 다른 종교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배타적 구원관은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된 것도, 예수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것도 아니고 초대교회의 열정과 필요에 의해 도입된 교리이므로 현대 사회에서는 반드시 재해석되어야 할 문제”라며 “배타적 구원관을 갖고 있는 한, 한국 교회는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참 용서와 사랑의 복음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와 세계에 끊임없는 갈등의 불씨를 퍼뜨려 싸움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한국 교회는 인류 역사가 인정하는 고등종교에 대해서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길을 걷는 길벗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종교’로 인식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나누는 화해의 선교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saegilchurch.or.kr, (02)555-6959.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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