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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0 19:01 수정 : 2007.09.15 00:41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60)

장로회 집안서 태어나 성공회 신자로 변신
6·10항쟁땐 ‘분노의 시’로 공권력에 저항
종교적 아픔을 음악에 담아 구원메시지로

‘예수그리스도의 수난’ 작곡
첫 무대 올리는 이건용 교수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60·사진)가 피 흘리는 예수의 아픔과 사랑을 음악으로 전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이다. 십자가 형상의 건물인 대한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이 수난곡이 초연되는 것은 우연만이 아닌 듯싶다. 이 성당은 ‘한국 유일의 로마네스크 건물’이자 서울올림픽 때 100명의 건축가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더구나 서울대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낸 이 교수는 동양적인 선율을 가미한 음악으로 인간 내면의 깊은 영성을 건드리는 ‘영혼의 음악가’다. 그가 남북 평화분위기 조성을 위해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가 1988년 인천에서 연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모임’ 개막곡으로 만든 ‘오소서 평화의 임금’은 중모리 장단과 남도가락으로 듣는 이들의 영혼을 사로잡았고, 미국과 캐나다, 일본의 개신교는 이를 찬송가에 올렸다.

이번 무대는 복음사가 박창일과 예수역의 전기홍의 독창, 성 니콜라이성가대와 합창단 ‘음악이 있는마을’의 합창으로 문을 열어 25개의 장으로 꾸며진다.

“나는 당신을 모릅니다. 나는 당신을 잊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피합니다. 나는 당신을 버립니다. 버립니다. 모릅니다. 잊습니다. 피합니다. 버립니다 ….”

그의 수난곡에 등장할 이 장면은 베드로가 로마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는 모습이다. 그가 편집한 노랫말은 끊임없는 반복으로 신앙과 삶을 분리시킨 채 신앙을 장신구 정도로 여기는 종교인의 양심을 비수처럼 파고들기도 하고, 죄에 물든 현대인의 두려움을 그리스도의 손길로 어루만져주기도 한다.

장로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청년기 종교적 방황을 거쳐 성공회 신부인 형의 영향으로 성공회 신자가 된 이 교수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살다간 이경재 신부를 위한 ‘나자로의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6·10 민주항쟁 1년 전인 85년엔 성경 시편의 분노 부분만을 떼내 ‘분노의 시’를 써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공권력에 대한 울분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는 평탄하게 살아온 음악인답게 겉으로 보기에 한없이 부드럽게만 보이지만 종교적 아픔을 선율로서 드러내 많은 사람과 동병상련을 나누곤 했다. 이에 대해 주위에선 늘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의 본능적 심성 때문이라고 본다.

그가 현대인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피 흘리는 예수의 모습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님이 저 위에 계신 존재만은 아니지 않나요. 그리고 우리는 하나님을 닮은 존재 아닌가요.”

그의 물음 속에서 수난의 메시지를 통해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 신앙과 삶 등 분리된 것을 화해시켜 하나의 선율로 어우러지게 하고자 하는 꿈이 느껴진다.(02)730-6611.

글·사진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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