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하루 앞 성명전 혼란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정총국 광장에서 열린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중단 촉구 및 직선제 요구 불교개혁행동 기자회견에서 설조 스님(왼쪽 세번째)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조 등 후보 3명 선거 중단 촉구
주류쪽 “후보 사퇴는 무책임한 행위”
28일 원행 스님 단독 후보로 투표 진행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정총국 광장에서 열린 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 중단 촉구 및 직선제 요구 불교개혁행동 기자회견에서 설조 스님(왼쪽 세번째)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선거가 후보 집단 사퇴, 성명전 등이 이어지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 대부분이 사퇴한 데 이어 선거를 하루 앞둔 27일엔 종단 적폐청산을 요구하며 단식했던 설조 스님과 불교개혁행동이 선거 일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6일 총무원장 후보 4명 중 3명이 사퇴해 원행 스님이 단독 후보로 차기 총무원장이 유력시되자 막후 실력자인 자승 스님의 낙점에 의한 것이라면서 선거 중단 후 직선으로 총무원장을 뽑을 것을 요구했다.

불교개혁행동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앞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홀로 남은 원행 스님은 흠결 많은 설정 전 총무원장을 줄 세우기 선거로 뽑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지고 있다“며 “이미 정당성을 잃은 선거의 승자가 되기보다 앞서 결단한 세 스님을 따라 선거 거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설조 스님은 이 자리에서 “교단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현 교역직 종무원은 지금이라도 선거 일정을 중단하고 그동안의 악행을 참회한 후 교단 쇄신의 길을 열어 놓기를 촉구한다”며 “재가불자들은 적폐청산을 위해 총궐기하고, 단독 후보가 된 원행 스님은 적폐세력의 아바타가 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설조 스님은 원로회의 의원 스님들에게 “당선자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고 원로회의가 중심이 돼 교단혁신기구를 구성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종단 주류쪽인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은 총무원장 선거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법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회장단은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거인의 결정을 미리 재단해 ‘후보사퇴’라는 방법으로 총무원장 선거를 또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며 “후보들이 분명한 이유와 명분도 없이 실체도 없는 ‘기득권’ 운운하며 후보를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거나 일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우되지않는다”며 “제36대 총무원장 선거는 어떤 경우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치러져야하며 모든 종도들은 그 결과에 대해 겸허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이 친자 의혹을 명쾌히 해명하지 못한 채 물러나 치러지는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28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청사가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진행된다.

단독 후보인 원행 스님은 현 중앙종회 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선출한 240명 등 318명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뒤 원로회의 인준을 받으면 총무원장으로 임명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