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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03 19:27 수정 : 2006.01.04 14:00

최일도·김연수 부부 ‘밥퍼’ 개정판…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 말하세요’

한 신학생의 불꽃 같은 사랑이 오직 하느님에게만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한 수녀를 수도원에서 끌어냈다. 최일도 목사와 부인 김연수씨의 사랑은 ‘밥퍼’라는 약어로 더 유명한 <밥 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란 책을 통해 연애담의 고전이 되었다. 그 책이 초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그런 연애담조차 연극의 서막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둘은 한 편의 연극 같은 삶을 ‘최일도 김연수 부부의 인생노트’란 부제를 달아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 말하세요>(동아일보사 펴냄)란 개정판으로 냈다.

“지난 세월 동안 내가 가장 자신 없어 힘들었을 때는 다일공동체를 그만두라는 협박이나 비난을 받을 때가 아니었다. 매일 라면만 먹어 속에서 헛물이 넘어올 때도, 억울하게 집단 구타를 당할 때도 아니었다. 친어머니 한 사람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서 남의 부모를 섬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여워하는 어머니와 맞닥뜨릴 때였다. 어딜 가느냐며 컴컴한 지하방에 남겨지는 걸 두려워하고 내게 매달리는 어린 아이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588 한복판에 방치된 우리 아이들을 보며 아내가 밥퍼 사역을 그만두든가 이혼을 하든가 하자면서 슬프고도 성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였다.”

최 목사의 진솔한 고백에 이은 부인의 고백이 독자의 가슴을 때린다. 부인은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온 남편을 위해 밥상을 차렸는데, 몇 번 밥 숟가락을 입에 밀어 넣다가는 이내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계속 구토를 하며 울었다. 사람들에게 라면을 끓여주고 집에 와서 혼자 밥 먹는 게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우는 거였다. 부인은 “그렇게 밥 한 끼도 편히 못 먹고 청승 떨려면 그 일 당장 그만둬요. 그런다고 누가 밥을 줘, 우리 애들 공부를 시켜 줘! 정말이지,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라고 화를 쏟아내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집에 마지막 남은 현금을 몽땅 털어 남편에게 쥐어주었다. 한 끼라도 양껏 밥을 지어먹이고 이제 제발 속울음 좀 그만 울어라고.

최 목사는 썼다. “모든 상처가 다 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처를 잘 다루면 흉터가 아닌 별이 되고 아름다운 무늬가 될 수 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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