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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특정 종교와 가깝게 보일 때 다른 종교나 무종교인들이 반감을 살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 왼쪽부터 고건 전 총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경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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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선심성 공약 남발도… 일부 종교인은 정치권력화 나서 현재 드러난 대선 주자들의 종교를 물어본 결과 개신교가 가장 많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고건 전 국무총리,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개신교 신자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가톨릭 신자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종교가 없다. 불교 신자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대선 주자 종교의 전부가 아니다. 가족의 종교까지 보면 그들의 종교 스펙트럼은 달라진다. 김근태 전 장관은 무교지만, 부인 인재근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또 김 전 장관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진보적인 목사, 신부들과 깊은 신뢰를 쌓아왔고, 조계종의 개혁적인 스님들과도 교분이 많다. 고건 전 총리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창현교회에서 매주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만, 부인은 불자라고 한다. 부부간 이종교다. 고 전 총리는 유명한 선불교 학자인 고형곤 박사의 아들이고, 김수환 추기경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표는 서강대 재학 시절 가톨릭 세례를 받았으나 지금은 성당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머니 육영수씨는 조계종 종정과 총무원장을 지낸 청담 스님이 주석했던 서울 도봉산 도선사에 가서 자주 기도하던 불자였다. 박 대표는 2004년 당 대표에 당선된 뒤 하루는 교회와 성당에 나가고, 하루는 조계사에서 108배를 하기도 했다. 정동영 전 장관과 손학규 지사는 성당과 교회를 여러 곳으로 다니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서울 서초, 양재, 강남성당 세곳으로 돌며 미사를 드리고, 손 지사는 수원 지역의 여러 교회를 골고루 다니고 있다. 그러나 두 주자도 성당과 교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 장관은 지난해 말 장관 사표를 낸 뒤 전남 장성 백양사를 찾았고, 손 지사는 주말이면 사찰에 묶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인 신사동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시장은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게 신앙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시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주요 교회 초청 행사에 단골로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강한 종교색’을 견제하고 나선 불교계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열반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 장례식에 참석해 “생전에 매달 한 번씩 만나기로 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고, 지난 4일에도 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찾아 새해 인사를 했다. 이 시장과 지관 스님은 경북 울진으로 동향 출신이다. ◇정치와 종교는 악어와 악어새인가= 종교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주자들은 종교행사에 참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계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다. 그동안 정권의 수혜에서 소외됐던 불교계도 지원을 받아내 조계종과 태고종 등 유력 종단들이 총무원 청사를 짓는 비용의 절반 가량을 국고에서 지원받았다. 또 각 대형 사찰에 제대로 쓰이지도 않는 성보박물관이 지어지고, 문화재 보수비 등으로 지원돼 횡령이나 유용되는 예산 집행도 불심을 모아주는 댓가에 대한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것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스님은 “개신교와 가톨릭 등 사학재단과 복지 법인 등에 지금까지 지원된 국고에 비하면 전통 사찰의 문화재 보수비는 껌값 수준 아니냐”고 말했다. 종교를 기반으로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종교인과 단체도 주목받고 있다. 1970~80년대 독재 정권 시절 정-교 분리와 종교의 정치 참여 배제를 주장했던 개신교 보수교단들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주축으로 시청 앞에서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개정 반대 시위를 벌이며 한나라당과 연합전선을 펼쳤다. 또 김진홍 목사는 지난해 11월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창설해 사실상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창립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는 “뉴라이트운동과 한나라당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고 했고, 이명박 시장은 “김진홍 목사님이 뉴라이트운동을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길을 열어주시면 제가 쉽게 뒤를 따라 갈 것 같다. 덕 좀 보겠다”고 했다. 정치의 물을 맑게 해야 할 종교가 정치에 휘둘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오히려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하려는 경향까지도 보이고 있다. 조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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