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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05 19:13 수정 : 2015.05.05 20:43

2막 상담실
강박적 싸구려 소비와 절약은 구분해야

kimyh@hani.co.kr
흔히 남성은 쇼핑을 피곤해한다잖아요. 그런데 우리 집은 거꾸로 돼서 남편이 쇼핑을 더 좋아합니다. 퇴직하고 시간이 많으니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에 재미를 붙여서 온종일 컴퓨터를 보며 필요하지도 않은 걸 할인이라며 사고 있습니다. 남편은 “퇴직했으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것을 사야 한다”며 “그게 바로 절약”이라고 하는데, 왠지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헷갈립니다.

재테크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은 두 가지 모순에 자주 빠집니다.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 수익을 챙겨야 한다면서 최저 가격의 소비를 할 줄 아는 절약이 동반되어야 돈을 모은다고 생각하죠. 쉽게 돈벌이를 하면서 동시에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위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피곤하고 돈을 쓰기 위해 피곤해지는 일상을 만듭니다.

특히 국외 직접구매까지 소비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으면서 저렴한 상품에 대한 소비 행동이 사람들을 점점 피곤하고 저급한 소비로 이끌고 있습니다. 물론 국내 제조사의 대형 텔레비전을 국외에서 구매할 경우 수백만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불편한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구매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있을까 점점 불안해합니다. 소비를 하고 혹시 손해 봤을까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입니다. 자신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똑똑한 소비를 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함에 갇힙니다.

그러나 상품을 최저가에 구입하는 것이 절약은 아닙니다. 상품의 할인 가격은 상품의 가치와 무관하게 할인 그 자체로 사람을 흥분시켜 필요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감정의 신경학적 측면을 연구한 브라이언 넛슨의 실험 결과는 할인 가능성이 우리의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넛슨의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가 설계한 실험에 따라 5달러를 따거나 잃을 수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 5달러를 따거나 잃었을 때 뇌는 아무 반응이 없었지만 5달러를 따거나 잃을 가능성 앞에서 크게 흥분했습니다. 우리가 소비를 하면서 저렴하게 구입한 어떤 제품 때문에 만족하거나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하는 순간에 흥분하고 그 자체에 집착할 위험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저렴하게 사는 것이 절약이 아니라 필요와 건전한 욕구에 의해 소비하는 것이 절약입니다. 저렴하게 구입해야 한다는 강박은 그 자체로 우리가 흥분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상태에서 절약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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