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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7 21:50 수정 : 2015.05.18 13:44

지난 13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지속 가능한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에 대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좌담회’에 참석한 김태일 고려대 교수(왼쪽부터),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원섭 고려대 교수,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공적연금 개혁 긴급토론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 논란이라는 불씨가 ‘연금정치’를 지피고 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한귀영)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금전문가 4명을 초청해 긴급좌담회를 열었다. 극적인 여야 합의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졌음에도 지금 교착상태에 빠진 ‘연금정치’를 풀 해법, 노후소득 보장체계로서 공적연금의 역할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한 세부 쟁점과 구상은 제각각이었지만 지금이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공적연금 재구조화의 적기라는 점에는 4명의 의견이 일치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좌담회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렸다.

‘소득대체율 50%’ 해법은
김연명 “국회 대타협 성과 살려야”
김용하 “여야합의서 국민논의 빠져”
김원섭 “여, 50% 대체 약속 제시를”

보험료 인상 수준은
김태일 “적립금 유지위해 인상 불가피”
김연명 “적정 적립금 규모부터 논의”
김원섭 “기업들 부담 가중 고려를”

노후소득보장 어떻게 해야하나
김태일 “50만~60만원 최저연금 보장”
김용하 “소득 계층별 격차 고려해야”
김원섭 “기초연금 지급대상 확대를”
김연명 “증세 등 재원조달 논의 필요”

■ ‘50%’를 둘러싼 연금정치 해법은?

김연명 지난 2일 있었던 여야 합의가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사회적 과제에 대한 대타협을 국회가 주도해 성사시킨 경우는 사실상 처음이다. 기존처럼 행정부 산하 위원회가 주도했다면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을 국회가 해낸 것이다. 정부에서 이러한 개혁을 할 때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한 적이 없다.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한마디로 아깝다.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적·국가적 과제를 해결하는 전범을 만들어낸 것으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합의이고, 새로운 대타협 모델이었다. 물론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한 대통령중심제라는 정치체제에서 국회가 주도한 대타협이 지니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

김용하 김연명 교수님 말씀대로 사회적 합의라는 귀중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 기로에 선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다. ‘소득대체율 50%’ 때문에 이 모든 성과가 무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들에게 논의를 부치고 동의를 구한 후 그 결과물로서 ‘50%’라는 답이 나와야 한다. 물론 야당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법만 개정되고, 공적연금 강화 관련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 구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미 합의한 것 아니냐. 그러면 대타협기구를 우선 구성하고, 이후에 국민들이 ‘50%’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하면 될 일이다. 현재 여당이 ‘50%’에 동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공적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국민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한 게 아니다. 지금이 노후소득 보장체계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진짜 연금정치를 회복해야 한다.

김원섭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먼저 통과시켜야 하고 ‘50%’는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대신 여당이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해 기존에 ‘50%’를 대체할 수 있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약속들을 제시해야 한다. 무조건 ‘50%’만 빼고 가자는 것은 기존 합의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제적으로 연금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성공한 사례를 분석해보면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위원들이 당파적 의견에 치우치지 않고, 둘째, 독립적인 지위에 있었으며, 셋째, 장기적인 시각으로 포괄적인 과제를 논의했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는 성공적인 모델이다. 그동안은 위원회가 방안을 내놓으면 정부가 선택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아예 합의안까지 다 만들면서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했다. 위원 구성에서도 정당의 추천을 받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당파적 입장을 배제할 수 있었다.

실패 요인도 있었다. 외국에서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구성돼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수년이 걸린다. 우리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국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의 소통도 미흡했다. 합의안 서명 이후 신문을 보면 이 과정이 거의 추리소설 수준이다. 협상이 급박하게 진행됐고,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합의가 나오기 힘들다.

김연명 이번 대타협에서 ‘50%’는 공적연금 강화를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이고 정치적 신뢰의 상징이다. 공무원단체들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을 어렵지만 받아들인 이유가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득대체율 50%’를 명시하는 것을 실무기구에서 합의했는데 법적인 권한이 없으니 보장이 필요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통과되면 바로 시행되는 것인 데 반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를 통한 공적연금 강화 논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 않으냐. ‘현금’을 주고 ‘어음’을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다. 여당이 공적연금 강화를 반드시 한다는 약속의 의미로 양당 대표와 양당 원내대표가 사인을 하는 ‘2+2’ 방식의 정치적 보증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협상의 기본은 주고받기이고, 여기에는 상호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 ‘50%’는 단순히 국민연금 차원의 문제거나 야당이 양보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50%’를 버린다는 것은 기적적으로 획득한 정치적 신뢰를 완전히 깨는 것이다. 이게 전례로 남으면 앞으로 국가적 과제에 대한 개혁을 할 때 이해당사자가 정부도 안 믿고 정치도 안 믿게 된다.

■ 보장의 적정성을 고려한 보험료 인상 수준은?

김태일 적립금을 적정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사실 소득대체율을 현행대로 40%로 유지한다고 해도 기금 소진 예측 시점인 2060년보다 훨씬 이전에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린다고 해도, 그때 추가 지출되는 연금지급액만큼은 보험료 인상 등을 통해 적자를 면할 수 있도록 적립금의 수지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우리는 기왕에 적립식으로 출발했으니 이를 적정히 유지해 가는 게 필요하다. 적립금이 많다는 것은 긍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일정 부분 강제저축 성격을 갖고 있다. 개인 저축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일종의 ‘국민저축’인 셈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투자를 촉진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김연명 적립금 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는 데 이견이 없다. 다만 어느 정도 규모로 적립금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그동안은 없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보험료를 두 배, 18%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의 근거가 된 2013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재정 안정화 모델을 보면 적립금 규모가 17년치 지급액, 무려 지디피(GDP·국내총생산)의 140%가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쌓아놓고 있는 게 일본인데 지디피의 25% 수준이다. 얼마큼 적립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금 적립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그런 이후 보험료 인상 플랜도 논의하고, 어떻게 해야 세대간 형평성을 달성할 수 있는지도 합의해야 한다.

김원섭 한국에서 보험료 인상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2007년 연금 개혁에 관여한 정부 관계자와 학자들 다수를 인터뷰했는데 보혐료 인상에 찬성하는 사람이 보건복지부 공무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기업 부담이다. 특히 퇴직연금에 대한 기업 부담이 크다. 기업이 퇴직연금 기업 부담분 8.3%에 국민연금 부담분 4.5%까지 맡는다. 퇴직연금 기업 부담분을 조정하지 않으면 추가로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상당히 어렵다.

2013년에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에서 3차 장기 재정추계를 할 때,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4개 모델을 제시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적절한 대안인지 선택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 대해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각각인 이유다. 지금이라도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진영에서 연금 재정과 관련한 대안적인 연착륙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이 없으니 자꾸 보험료 폭탄론, 기금 고갈론 등 소모적인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vs 기초연금 강화…노후소득 보장 어떻게 해야 하나?

김태일 제가 생각하는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1인1연금제, 최저연금보장이다. 소득대체율 40%, 50% 얘기하는데, 이렇게 비율로 접근하게 되면 생애 평균 소득이 턱없이 낮은 하위 소득 계층에게는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을 해줄 수가 없다. 노후에 최저생계, 적정한 생계를 꾸리기 위해서는 50만원이든 60만원이든 1인당 최소 얼마큼의 연금액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더 실효성이 있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최저액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그 이상은 각자 소득에 비례해 받게 하는 게 노인빈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안이다. 한국의 최저연금액이라는 게 현재로서는 기초연금 20만원인데 이게 공적연금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김용하 김태일 교수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 노후소득 보장체계는 조세로 충당해 소득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과 개인이 소득에 따라 넣은 만큼 가져가는 소득비례 연금으로서의 국민연금, 이중구조가 맞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작년 기초연금 제도가 공적연금 제도의 하나로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또 기초연금 수급자 가운데 소득 하위 30~40%는 국민연금은 없고 기초연금만 받는다. 소득 계층별 격차를 고려해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췄던 2007년과 비교하면 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때는 연금을 하나의 세금으로 생각했고 보험료는 최대한 덜 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40대, 50대는 퇴직을 앞둔 상태에서 노후가 막연한 것을 체감하고 있고 연금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김원섭 그리스는 지디피의 15%에 달하는 재정을 연금에 투입하는데 노인빈곤율이 15%다. 독일은 지디피의 11.3%, 노인빈곤율 10%다. 캐나다는 지디피의 4.5%를 쓰는데 노인빈곤율이 5%에 그친다. 즉, 국민연금 재정을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노인빈곤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으로 이뤄진 다층적 체계에서 각각의 불균형한 역할을 조정해 노후빈곤 해소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캐나다를 비롯해 노인빈곤율이 낮은 나라의 특징은 각각의 연금제도가 상호보완적이다. 반면 그리스는 소득 비례 연금만 있어서 소득대체율은 높지만 사각지대가 크다. 그리스식으로 가면 안 된다.

캐나다는 소득 상관없이 모든 노인에게 지급되는 보편적 성격의 기초연금이 있고, 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같은 소득 비례 연금이 또 있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기초연금을 강화해 캐나다식으로 가는 게 좋다. 소득 하위 70%로 제한한 수급자격을 80~90%까지 늘려야 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해야 최저생계가 보장되는 수준인데, 현재는 동시수급자가 18%밖에 안 된다. 기초연금을 강화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9~10% 현행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고, 소득대체율을 굳이 상향하지 않아도 된다.

상위 소득층의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은 퇴직연금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지금은 퇴직연금으로 안 받고 상당수가 일시불로 받아 연금 효과가 없다. 기업은 분명 연금 부담을 지고 있는데, 노후소득 보장에는 별 기여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연명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관련 자료 받아보니, 중간 소득층 이상은 모두 가입하고 그 아래 층은 하나도 못 들더라. 개인연금도 해약률이 60%를 상회한다. 퇴직연금이 100%는 아니더라도 중산층 정도는 포괄할 수 있으면 국민연금 굳이 조정 안 해도 된다. 그런데 중산층들 상당수가 퇴직연금을 끝까지 못 지키고 중간정산해 타간다.

연금의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상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둘뿐인 상황이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소득 하위 70% 이하 지급으로 결정됐다. 나도 기초연금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게 여야가 통과시켰고 이제 시행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벌써 바꾸자고 하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을 감안해 당분간 제도 변동이 있기는 어려우니 국민연금부터 시작하자는 거다.

자기가 내고 자기가 받아가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인상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초연금 강화 등을 위한 증세는 더 힘들다. 보험료 인상이나 세금 얘기만 나오면 정치인들이 모두 두 손을 들어버린다. 합의안 최종 문구를 작성할 때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싸운 부분이 ‘소득대체율 50%로 한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 등을 조정한다’는 문구였다. 결국 여야 의원들의 협상 끝에 뒤에 보험료율 조정 부분이 빠졌다.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큰 것이다.

‘소득대체율 50%’에는 사실상 재원 조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보험료 인상이나 증세와 관련한 논의 없이 공적연금 강화, 노후소득 보장체계 개혁 등을 하자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초연금처럼 증세가 필요한 노후소득 보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현 국면에서 ‘50%’를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분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정리 진명선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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