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9 17:54
수정 : 2015.06.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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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대한문 앞에서 한복을 입고 북을 치며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퀴어축제 개막식은 메르스 여파로 현장 참가자 없이 유튜브로 중계될 예정이다. 조직위원회 쪽은 “메르스 확산 방지 위해 50여 명의 스태프만 참가해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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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이어오고 있는 ‘퀴어문화축제’가 9일 시작한다. 퀴어문화축제는 매년 6월께 열리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이 벌이는 축제다. 축제 개막에 맞춰 동성애를 반대하는 개신교 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종일 계속됐다.
퀴어 축제의 개막식은 9일 저녁 7시30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다. 퀴어축제조직위원회는 약 1시간 동안 이어질 개막식에 축하인사, 무지개 이벤트를 비롯한 여러 공연이 마련돼있다고 전했다. 메르스 전파를 우려해 50여명의 스태프를 제외한 현장 참가자들은 제한하고, 개막식은 유투브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축제의 개막과 함께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들도 종일 시청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샬롬선교회, 나라·자녀사랑 운동연대·건강한 사회를 위한 국민연대, 사도들의 한국교회 등의 단체 소속 회원들은 ‘한국교회 부흥의 날’, ‘국가안위와 사회발전을 위한 경배와 찬양’ , ‘동성애 조장하는 나쁜 인권헌장 폐기하라’ , ‘반기문 총장님, 동성애가 인권입니까’ 등의 글귀가 적힌 현수막 아래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발언을 이어갔다. 일부 회원들은 한복을 입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들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퀴어축제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이날 오후 유인물을 나눠주던 김아무개(31)씨는 “기독교인이다. 뉴스를 보고 개인 자격으로 현장에 왔다. 동성애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성애자들은 소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반대 집회를 두고 교계 내에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한 기독교 단체 관계자는 “보수 기독교 단체가 성서를 잘못 해석해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를 표출하는 것에 우려하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지금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야말로 인간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교회 내 인식개선을 위한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했다.
퀴어문화축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메인파티 및 퀴어영화제, 퀴어행진까지 3주동안 이어진다. 메인파티는 13일 밤 10시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에스 큐브’에서 열린다. 퀴어영화제는 18일~21일 서울 강남 신사역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에서 진행된다. 퍼레이드는 28일로 예정돼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와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등은 이날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문성교 등을 금지한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조항이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악법”이라고 비판하고, 2013년과 지난해 국회에서 이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별다른 논의 없이 묻혔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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