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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을 희망하는 50대 시니어와 구인난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취업설명회인 ‘이모잡 파티’가 지난달 29일 서울시 은평구 청년허브센터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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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취업설명회 ‘이모잡 파티’
지난달 29일 서울시 은평구 청년허브센터에서 ‘이모잡(job) 파티’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이모잡 파티를 주관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 김시유씨는 “재취업을 희망하는 50대 시니어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취업설명회”라고 소개했다. “기존 취업설명회에서 기업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거나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어려웠다는 분들이 많아서 채용 담당자와의 수평적인 대화를 통해 기업·직무·환경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충남 당진에 위치한 대주중공업과 경남 거제에 위치한 디에스(DS)피플이 채용에 나섰고, 50대 15명이 구직에 나섰다. 5년 전 백화점에서 명예퇴직한 김경훈(50)씨는 “퇴직한 뒤 보험영업을 1년 정도 했지만 수입이 많지 않아 그만뒀다. 그 뒤로 구직 사이트를 통해 입사지원서를 계속 넣고 있다. 백화점 17년 경력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공항 면세점이나 야간 약국 등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업체들의 채용 전문 기업인 디에스피플 홍동석 채용팀장은 “원래는 만 50살 미만까지 채용하는 게 원칙인데, 중장년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히 만 55살 미만까지 조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만 55살이라고 다 입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고 일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분만 가능하다. 현장에서는 아무래도 젊은 분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주중공업 인재개발원 김경범 과장은 “젊은 분들은 오래 못 버티고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 나이 있는 분들은 3~4개월 고비만 넘기면 오래 근무하니까 회사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정년은 만 60살이고, 정년이 지나도 촉탁직으로 계속 근무가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구직 나선 50대와 지방 중소기업 연결50살 미만에서 55살로 나이 제한 완화
기술자 보조 업무라 기술 없어도 가능 기업 쪽 “입사 뒤 3개월이 고비”
현장~기숙사 종일 단체생활 힘들어
적응한 시니어는 이직률 낮아 구직자 “250만원이면 이사도 고려”
무슨 일이든 하겠다 의욕 넘쳤는데
기대 못 미치는 급여조건에 고민 구직자 대부분은 특별한 기술이 없어 취업하면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궁금해했다. 대주중공업 김경범 과장은 “철 구조물을 제작하는 철구사업부에서 기기 조작을 하는 업무를 하게 되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디에스피플 홍동석 팀장은 “조선소의 현장 기술자들을 보조하는 업무다. 회사는 처음부터 일을 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근태를 지켜주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현장부터 기숙사까지 하루 종일 단체생활이라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3~4개월은 무척 힘들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내려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타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고, 현장에 들어가면 사수·조장·반장들이 더 어릴 수도 있어요. 자식뻘과 지내야 하니 처음에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입사하는 분도 계십니다.”(디에스피플 홍동석 팀장) 이에 대해 김경훈씨는 “기숙사 생활은 각오가 되어 있다. 육체노동도 군대에서 차량 정비병을 한 적이 있어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취업교육에 가보면 블루칼라 노동자 출신이든, 화이트칼라 출신이든 실업자면 다 같은 처지더군요. 절박한 건 똑같습니다. 저도 백화점에 다닐 때 택시나 버스 운전하는 동창생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들 고생한다고 안쓰럽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처지가 달라졌습니다. 그만두고 버스 운전이라도 하려고 알아봤더니 시내버스 운전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군요. 마을버스를 1년 이상 사고 없이 운전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 친구들의 경력이 부러웠습니다.”(김경훈씨) 육체노동도, 기숙사도 감내할 수 있는데 문제는 급여였다. 토요일 잔업까지 포함해서 대주중공업은 월 200만원, 디에스피플은 월 180만원 수준이었다. “행사 전에 전화로 상담했을 때 정규직에 월급은 약 250만원이라고 이해했는데, 디에스피플 담당자께서 250만원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인 일급직으로 잔업을 최대한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월급이라고 하네요. 어제 정규직에 월급이 250만원이라고 얘기했더니 아내가 ‘그 정도가 어디냐’며 무척 좋아했거든요. 심지어 취업이 되면 거제와 가까운 부산으로 이사 가자는 이야기까지 하며 희망에 부풀었는데….”(김경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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