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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16 20:41 수정 : 2015.06.16 20:41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 8층 익힘터에서 임옥휘씨가 ‘떡케이크 만들기’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임옥희씨 제공

이모작 열린학교 임옥휘 강사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도심권인생이모작지원센터 8층 익힘터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10명의 시니어가 쌀가루와 씨름 중이었다. 에어컨이 가동됨에도 다섯 대의 찜기에서 뿜어내는 열기로 실내는 후끈했다.

“떡케이크를 만들 때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설탕을 일찍 넣는 겁니다. 설탕을 미리 넣으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찌기 직전에 넣으셔야 해요. 그리고 집에서는 쌀가루를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저도 처음에 잘 모르고 싱크대와 변기에 버렸다가 하수관이 막혀 혼이 났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시니어가 자신의 재능을 공유하는 이모작 열린학교 ‘떡케이크 만들기’ 교실에 강사로 나선 임옥휘(64)씨의 설명이다. 임씨는 서울 천호동에서 전통음식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다.

“기초가 되는 떡케이크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꽃 장식을 할 겁니다. 그런데 떡케이크도 유행이 있는 거 아세요? 예전 떡집에서는 콩으로 축하 문구를 표현했잖아요. 떡케이크가 등장하면서 한천이랑 천연 재료를 섞어 장식했다가, 과일로 꽃 모양의 정과를 만드는 식으로 유행이 변했어요. 지금은 앙금 꽃이 유행이랍니다. 제가 주문받는 떡케이크의 99%도 앙금케이크예요.”

쌀가루에다 자색 고구마 가루를 섞어 찜기에 쪄내자 흰색 케이크 한편에 자색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앙금 꽃은 팥 앙금에 천연 색소를 입힌 뒤에 꽃 모양 틀로 찍어 장식하면 됩니다. 제가 일찍 와서 팥 앙금은 미리 쪄놨어요. 꽃잎은 보라색이나 흰색, 꽃심은 노란색, 풀잎은 녹색으로 물들이세요. 케이크 위에 꽃을 올리실 때 여러 개를 겹쳐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더 예쁩니다.”

꽃 앙금까지 장식이 끝나자 수강생들 입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먹어.” 떡케이크를 금색 받침에 올리고 띠를 두르자 케이크 전문점의 수만원대 케이크에 못지않았다.

“저는 결혼하고 30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다 5년 전에 전통음식을 배우면서 인생이모작을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니까 아프지도 않고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제 경험을 거울삼아 적은 시간을 들이고도 떡케이크나 깨강정 같은 간단한 기술을 배워 집에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 이모작 열린학교에 참여했습니다.”

실업급여로 살기 힘들어 예순에 도전
사진·꽃꽂이 익힌 솜씨로 음식 치장
모임에서 맛보이면서 지인들 주문받아
블로그, SNS 사진으로 소셜마케팅까지

학원들은 1년 이상 공연히 과정 늘려
필수 내용만 두달로 압축해 공방 열어
50, 60대 전업주부도 소득 창출 가능
“음식 솜씨·미감 있으면 도전하세요”

‘떡케이크 만들기’ 수강생들이 각자 만든 떡케이크를 자랑하고 있다. 원낙연 기자, 임옥희씨 제공
임씨가 전통음식을 배우게 된 계기는 토목기사였던 남편의 실직이었다. 2군 토목업체의 현장소장이었던 남편의 일거리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자 오히려 줄었다. 사업 대부분이 대기업에 쏠리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실업급여로 온 가족이 생활해야 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임씨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전부터 지인들이 제 손재주가 남다르니 전통음식을 배우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초와 부활절 달걀에다 그림을 그려 성당에서 선물로 자주 나눠드렸거든요. 사실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대에 못 갔어요. 대신 사진과 꽃꽂이를 익히고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포슬린페인팅도 배우면서 그렇게 분출했던 것 같아요.”

전통음식학원에서 1년 동안 떡, 폐백·이바지, 차, 술 등에 대해 배웠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배운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나갔다. 치장에 특히 신경을 썼다.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맛도 좋고 장식하는 솜씨가 남다르다”며 따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찍은 음식 사진이 에스엔에스(SNS)로 퍼져나가면서 입소문까지 났다.

임옥휘씨가 만든 폐백·이바지용 구절판. 원낙연 기자, 임옥희씨 제공
임옥휘씨가 만든 축하용 떡케이크. 원낙연 기자, 임옥희씨 제공
“그때 에스엔에스의 위력을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본격적으로 소셜마케팅을 배우면서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을 시작했죠. 폐백·이바지 음식은 특히 사진을 보고 주문이 많이 들어와요. 젊을 때 사진을 배워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임씨의 폐백·이바지 음식은 기본 70만원으로 다른 곳의 두 배다. 예식장이나 컨설팅업체를 끼고 대규모로 하는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최상의 재료와 화려한 장식으로 차별화했다. 그만큼 하나에 들이는 시간도 많아 1주일에 주문 두 개만 소화하고 있다.

“올해 86살인 친정어머니께서 대추를 꿰고 밤을 까는 밑작업을 많이 도와주시고, 저는 장식을 주로 하는데도 주문을 다 소화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매일같이 12시까지 일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하나도 피곤하지 않은 거예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앓아누운 적이 없다니까요. 폐백·이바지 음식을 받은 새댁들이 ‘음식이 고울 뿐만 아니라 맛은 더 훌륭해서 시부모님과 친척 앞에서 으쓱했다’, ‘폐백실 도우미께서도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식은 보신 적이 없다고 하셨다’며 감사 인사를 보내오는데 정말 뿌듯해요.”

집에서 음식을 만들던 임씨는 2년 전부터 집에서 정과, 한과, 떡케이크 등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왔다. 강의를 하는 동안 가족은 방에 있어야 하는 불편이 따랐다. 외출했던 어머니가 강의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올 초 아파트 상가 2층에 젬마전통음식연구원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열었다. 혹시나 망하면 어쩌나 걱정도 컸지만, 폐백·이바지 교육과정을 추가하면서 수입이 많이 늘었다.

“5년 전 저는 3, 4개월이면 전통음식을 배울 줄 알고 시작했는데 1년이 걸리더군요. 그렇게 길게 배울 필요가 없는데 학원에서 수익을 위해 공연히 늘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딱 필요한 과정만 압축해서 두 달 과정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평소 음식 솜씨와 미적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도전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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