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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25 19:42 수정 : 2015.08.25 20:15

추석즈음 상봉행사 소식에
“이번에는 꼭 보고 싶어”
신청자 6만6292명 ‘상봉은 로또’
“정례화하면 기회 생기지 않을까”

북쪽에 이산가족을 둔 김두환(82)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이산가족찾기 신청에 앞서 담당 직원과 북에 있는 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울먹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남북이 추석 즈음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산가족들은 기쁨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상봉 정례화로 더 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피붙이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평안남도 중화군 출신인 김태형(86)씨는 북에 있는 동생 3명의 소식이 궁금하다. 김씨는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1·4후퇴 때 내려왔다고 한다. 로또 당첨에 버금간다는 ‘상봉’이 어려우면 생사 확인이라도 하고 싶어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김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도 상봉 신청을 할 생각이다. 아들 김철웅(53)씨는 25일 “아버지가 남한에 정착하신 후 경찰 정보 계통에서 일하셨다. 혹시나 자신 때문에 북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봤을까봐 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신 것 같다”고 했다.

정근효(81)씨의 고향은 강원도 철원에서 산만 넘으면 닿는 강원도 평강이다. 정씨는 65년 전 헤어진 형 김범진(83)씨와 두 여동생을 찾고 있다. 사람들에 휩쓸려 홀로 산등성이를 넘어 월남한 뒤 양어머니 밑에서 성을 바꿨는데, 정씨의 형은 당시 인민군이었다고 한다. 정씨의 둘째 딸은 “상봉 얘기만 들어도 눈물부터 난다. 아버지가 벌써부터 기대하고 계실 텐데 이번에도 잘 안 되면 또 얼마나 실망하실까 그게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찾을 수 있겠나요? 언니라도 찾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꼭 좀 보고 싶단 말입니다.” 이춘복(75)씨도 언니 이춘길(78)씨를 간절히 찾고 있다. 이씨는 평안도에서 태어나 4살 때 중국 하얼빈으로 건너갔는데, 환갑이 지나 뒤늦게 한국으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9살 된 이씨를 중국에 놔둔 채 언니만 데리고 북한으로 갔다가 소식이 끊겼다고 한다. 지난해 말 남편을 사별하고 자녀들도 중국에 있는 이씨는 올 추석에 언니 소식을 꼭 듣고 싶다고 했다.

평안북도 영변이 고향인 문예홍(90)씨는 의용군으로 기차 선로 놓는 일을 했다. 포로로 잡혀 남한에 왔는데, 포로 교환 때 북으로 가지 않고 남으면서 북에 있던 부모, 형, 누나와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문씨의 외손자 강지연(34)씨는 “할아버지는 ‘이렇게 헤어짐이 길어질 줄 몰랐다’고 말씀하신다. 여러 번 신청했지만 상봉 대상자가 너무 적어 당첨되지 못했다. 상봉이 정례화하면 좀 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를 통해 상봉을 신청한 이들은 7월 말 기준으로 6만6292명이다. 80살 이상 고령자가 3만5997명(54.3%)에 달한다. 지난해 2월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813명) 이후로 4807명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2월 말 이후까지를 계산에 넣으면 8684명이 비원을 품은 채 세상을 떴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과장은 “이산가족 상봉 협상 타결 소식이 들려온 25일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상봉 날짜가 합의되면 바로 인선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최우리 방준호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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