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16 19:09
수정 : 2015.09.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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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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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유헤리티지재단 이사장 유정호씨…고 유기진씨 유산 세브란스 기증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미국 시카고에 있는 유(Ryu)헤리티지재단의 10만달러(1억1천여만원) 장학기금 기증식이 열렸다. 이 재단의 이사장이자 재미동포 의사인 유정호(70·오른쪽 둘째)씨는 “재단을 창립하신 작은아버님의 유언대로 모교에 유산을 기증하게 돼 감개무량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금을 전달했다. 정남식(왼쪽 둘째) 연세의료원장은 거듭 감사를 표하면서 “요긴하게 쓰겠다”고 화답했다.
유헤리티지재단은 1941년 세브란스의학전문학교를 나와 58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시카고에서 병리전문의로 활동하다 몇년 전 작고한, 유 이사장의 숙부 유기진씨가 2004년 장학·선교·교육·구제사업을 위해 설립했다. 유 이사장은 “의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도왔던 작은아버님은 15만 시카고 한인 사회의 구심점이었다”고 전했다.
고 유기진씨는 6남2녀 8형제 중 다섯째로, 큰형인 유기원 전 국립의료원장과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내과 교수인 막내 유기묵씨와 함께 3형제가 세브란스의전 동문이다.
세브란스 졸업 뒤 평양기독병원에서 외과 과장인 장기려 박사 밑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춘천도립병원 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던 유기진씨는 한국전쟁 때부터 육군 군의관으로 8년간 복무하다 58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다시 병리과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병리전문의가 됐다.
그의 바로 위 형은 65~66년 서울대 9대 총장을 지내고, 박정희 유신정권의 학원 탄압에 저항하다 미국으로 망명한 예일대 출신의 형법학자 유기천(1915~98) 교수다. ‘유신’ 직전인 71년, 이에 항거하는 학생들을 진압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분개해 “백주에 학생의 뒷머리를 내리친 행위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라고 규탄한 유 교수는 그해 4월 마지막 강의 때 박 정권이 총통제 영구집권을 위해 장성들을 대만으로 파견해 절대통치자 장제스의 계엄통치를 연구하게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그해 10월 위수령 발포 뒤 학생운동 배후와 내란선동 혐의로 수배당하자 결국 조국을 떠나야 했다. 이런 사실은 서울법대 학생운동사 편찬위원회가 펴낸 <서울법대 학생운동사-정의의 함성 1964~1979> 등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유 이사장은 1969년 부산대 의대(신경과)를 졸업하고 숙부들의 권유로 1974년에 미국 유학을 가 신경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시카고에서 활동해 왔으며, 3년 전부터 재단 운영을 맡고 있다. 그는 이날 기증식에 앞서 한겨레신문사를 방문해 “유기천·유기진 두 숙부 모두 생전에 <한겨레>를 특별히 사랑했다”며 “‘한겨레’를 통해 선대의 업적과 발자취, 재단이 널리 알려져 또 하나의 소중한 역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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