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의 노지 무농약 재배에 처음 성공한 이풀약초협동조합 명영석(왼쪽) 조합원이 지난 9일 충남 청양군 운곡면의 구기자 농장에서 노봉래 이사장과 함께 약초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2그램의 휴식, 2그램의 배려’와 ‘리프’(LiiF) 제품을 들고 있다.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지난해 4월 유한킴벌리의 ‘시니어 비즈니스 지원사업’에 선정돼 개발비를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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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비즈 지원사업 선정 ‘이풀’
“어이구, 말도 마. 올해는 가물고 더워서 예년 절반도 안 돼. 덕분에 한여름에 푹 쉬었어. 하루 수십만원 품값이 안 들어가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지난 9일 충남 청양군 운곡면의 한 구기자 농장. 이풀약초협동조합 노봉래(53) 이사장이 작황을 묻자 명영석(60) 조합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밭에는 꽃이 조금씩 피고 있었다.
“구기자는 한해에 꽃이 두번 펴서 수확도 두번 할 수 있어. 6월에 꽃이 펴서 7, 8월에 한번 수확하고, 8월 중순부터 꽃이 펴서 10월부터 연말까지 또 한번 수확하지. 그런 작물은 구기자밖에 없어. 그런데 여름 농사는 망쳤고 가을을 기대하고 있는데 모르지. 농사는 가늠을 못하니까.”(명 조합원)
가뭄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새떼가 난리다. “참새 100, 200마리씩 와서 열매를 빨고 가고, 까치·비둘기·꿩·물오리가 와서 다 따먹어. 미처 못 따고 남기면 어떻게 아는지 거기만 쓸어가. 올해 허수아비를 24개나 심었는데 허수아비는 허수아비일 뿐이더라고.”
구기자가 청양의 특산물이지만 작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해 포기하는 농가도 많다. 그러나 명 조합원은 가격과 상관없이 30년 넘게 끌고 왔다.
중국산 시장 점령, 혼입문제도 심각무농약·GAP재배 국산 인정 못받는
약초시장 혁신 위해 협동조합 설립 유한킴벌리의 시니어 지원사업 선정
개발비 지원받아 간편한 티백 출시
우엉차처럼 로스팅한 리프까지 개발 각종 인허가, 소량생산 난관 많지만
조합원들 전폭적 지지로 헤쳐나가 “구기자 농사가 쉽지 않아. 올라오는 순을 매일 솎아줘야 해. 게다가 키가 작아서 기계를 쓸 수 없어. 사람이 쪼그려 앉아 열매를 일일이 따야 해. 노인 일자리 창출은 청양에서 내가 제일 많이 할걸?”(명 조합원) 그는 8년 전 구기자의 노지 무농약 재배에 처음 성공했다. 그 전까지는 탄저병 때문에 하우스에서만 무농약 재배만 가능했다. 하우스는 대신 진딧물이 많아 무농약 재배를 꺼리는 농민들이 많다. 그는 농업기술원에서 탄저병에 강한 품종 ‘청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노지 무농약 재배에 도전했다. 돌연변이까지 각오하고 나선 일인데 아직 별문제는 없다. “구기자는 농약을 많이 친다는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 그리고 파는 나부터 떳떳하잖아.”(명 조합원) 노 이사장과는 4년 전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사업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때 한국생약협회 사무총장이었던 노 이사장은 인증사업을 맡아 전국의 약초 농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청양의 구기자연구회 회장이었던 명 조합원이 안내를 맡았다. “농민을 만나 안전한 약초를 재배해야 한다고 설득하는데, 정작 시장에서는 안전한 재배법이 인정을 못 받는 겁니다. 한국 약초시장은 한의원, 한약방에 공급하는 중간 도매상 중심이라 중국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게다가 원산지와 유통경로가 투명하지 못해 국산과 수입산이 섞이는 혼입 문제도 심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인증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초시장을 혁신할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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