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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한남동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4층 정보화교실에서 세이 자원봉사자인 이인욱(가운데)씨와 아내 임계희씨가 미국 예일대 3학년생인 새뮤얼 사우스와 대화하고 있다. 세이는 한국의 어르신이 미국 대학생에게 인터넷 화상통화로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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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복지관 SAY 봉사 이인욱·임계희씨 부부
이인욱(62)씨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30대 중반의 미혼인 두 아들과 마주치면 “식사하셨어요?” “잘 지내냐?” “네”로 대화는 끝이다. 아내 임계희(62)씨는 “남편이 경상도 출신이라 욱하는 기질이 있다. ‘요즘 너 뭐 하고 있냐?’고 묻고는 ‘너는 계획도 없이 그렇게 사냐?’고 잔소리부터 나오니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최근 달라졌다. 아들의 대답에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봐”라고 격려해 옆에서 듣던 임씨가 깜짝 놀란 것이다.
미국 대학생과 인터넷 화상통화한국어 회화 돕고
다양한 경험과 인생 얘기는 덤 툭하면 욱하던 아들과의 대화도
마음 트고 토닥토닥
부부도 공통 주제 생겨 알콩달콩 “너 이상하다, 종북좌파 아니냐”
친구들이 말할 정도로
사회를 보는 눈과 생각도 열려 그 변화는 이씨가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의 ‘세이’(SAY·Seniors And Youth) 1기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세이는 한국의 어르신이 미국 대학생에게 인터넷 화상통화로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대화를 시작할 때만 해도 “22, 23살짜리 아이들이 뭘 알까 생각했다”는 이씨는 1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깊이 생각하는 데 놀랐다.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거꾸로 배우고 있다”며 한국의 젊은이까지 다시 보게 됐다. 아내 임씨는 “남편이 젊은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아들까지 다시 보게 된 것 같다. 세이에서 하는 말투가 가정의 일상적 대화에도 전염되고 있다”고 좋아했다. 지난 9월 시작한 세이 3기부터는 프린스턴대와 함께 예일대 학생도 참가하고 있다. 대학생 16명과 어르신 16명이 일대일로 12월까지 매주 한번씩 대화를 나눈다. 지난 12일 복지관 4층 정보화교실에서는 이씨가 예일대 3학년생인 새뮤얼 사우스와 화상통화 중이었다. 새뮤얼은 ‘샘’, 이씨는 ‘맥스’로 불렸다. 맥스: 아저씨는 지도 보는 거 좋아해. 지구본 가져다 놓고 마음으로 상상하면서 여행을 가는 거야. 샘: 인터넷에도 정보가 많아서 어디든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많이 배울 수 있어요. 맥스: 그렇지. 직접 갔다 온 여행기를 보면 내가 직접 다녀온 것처럼 착각을 일으켜. 지금 샘이랑 얘기하는데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잖아. 샘: 예. 진짜 신기한 거예요. 멀리 떨어진 맥스 아저씨와 이렇게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맥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하하하. 한국에서 2년간 선교활동을 했던 새뮤얼이 유창한 한국말로 “많이 경험하신 맥스 아저씨가 한국말 도와주시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까 저는 진짜 고마운 거예요”라고 말하자 이씨는 “샘이 고맙게 생각하니까 맥스 아저씨도 참 고마워. 숙제하느라 바쁠 텐데 나랑 이야기해줘서 감사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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