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시민감시단 보고서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주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집회 감시에 나섰던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에 대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들은 “시민사회가 경찰 차벽·물대포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도 집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경찰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서기로 하면서 ‘집회 후폭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시민단체 활동가 20여명이 모인 ‘민중총궐기 인권침해감시단’(감시단)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14일 집회 현장을 지켜본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집회 이전부터 끝날 때까지 경찰이 시민들의 집회 자유를 제한하고 범죄화했다”며 “경찰 폭력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회적인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시민사회에 제안했다. 감시단은 당시 집회·행진 신고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은 집회에 앞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소속 단체들이 광화문사거리 북쪽에서 벌이겠다고 낸 집회·행진 신고에 대해 ‘주요 도로 교통 불편’과 ‘보수단체 집회와 마찰 우려’를 이유로 들어 금지했다. 또 대간첩, 테러, 대규모 재난 등 긴급상황에 발령하는 ‘갑호비상령’을 집회 전에 내리고 전국 250여개 부대 2만2000여명의 경찰관을 동원한 바 있다. 감시단의 랑희 활동가는 “헌법재판소가 ‘집회의 금지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다른 수단과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뒤에 고려할 수 있는 최종적 수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순히 교통 불편 등의 이유로 집회를 금지한 것은 경찰이 집회 금지 권한을 ‘최우선적인 수단’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했다. 집회 전 ‘사전 집회 금지’는 집회 자유 침해갑호비상령 내리고 시위대 범죄화 집회 때 차벽 설치하고 비인간적인 물대포
캡사이신·파바 등 유해물질 사용 집회 후 경찰 “경찰관 상해·차량 50대 파손”
집회 손배소 ‘악의적 민사소송’ 준비 시민감시단 “사회적 진상조사 필요” 차벽과 물대포 사용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감시단은 “경찰이 중대한 위험이 있을 때 엄격히 사용해야 하는 차벽을, 행진을 시작한 집회 참가자들이 도착하거나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전에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찰의 물대포로 집회에 참여한 농민 백남기(68)씨가 중태에 빠진 것 뿐 아니라 뇌진탕·홍채출혈·골절 등 환자만 30여명이 넘고 눈의 손상·타박상 등을 입은 환자까지 따지면 100명이 훨씬 넘는다고 전했다. 물대포에 섞는 최루액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물질안전자료(MSDS)에 따르면 파바·캡사이신 등 최루액은 인체에 사용해서는 안 될 매우 유해한 물질”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시위대와 경찰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을 사용했으며, 물대포는 안전수칙을 어기지 않고 사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감시단이 공권력의 과잉대응에 대해 비판에 나선 날, 경찰청은 집회 참가자와 단체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경찰청은 20일 “이날 집회에서 113명의 경찰관이 상해를 입고, 경찰차량 50대가 파손되는 등 경찰의 피해가 극심했다”며 “경찰청 차원에서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15명)으로 구성한 민사소송 준비팀(TF)을 꾸리고 소송에 나서겠다”고 했다. 경찰이 소송에 나선 데 대해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민권의 기본권을 위축하는 악의적인 소송이다.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시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살펴야 할 정부가 자신들이 입은 피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공권력 우위를 내세운 국가주의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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