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왼쪽부터),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실 옥상에서 ‘2015 인권콘서트: 인권,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올해 한국인권상황 열쇠말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지금 상시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어요. 우울한 상태가 늘 이어지니까요.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뭘 해도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함께 가면 괜찮다’는 위로를 주고 싶어요.” 27일 오후 서울 중구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난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2015 인권콘서트: 인권,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사무실에는 박 상임활동가와 박래군 인권중심사람 소장, 그리고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등 인권콘서트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른바 ‘인권운동 3인방’이 모였다. 이들은 2006년 열여덟번째에서 맥이 끊긴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를 되살려보자며, 8년 만인 지난해 말부터 양심수·인권활동가·시민 등이 함께 어울리는 인권콘서트를 열고 있다. 올해에는 가수 이은미, 배우 류성국, 그룹사운드 킹스턴 루디스카 등이 출연한다. 박 활동가 등 인권콘서트를 준비중인 세 사람은 후퇴하고 있는 한국 인권 상황을 ‘벽’ ‘끝’ ‘곁’ 세 개의 열쇳말로 설명했다. 인권운동 3인방 박진·박래군·김덕진인권콘서트 마련해 1일 공연
“희망 잃은 사람들에 위로 주고 싶어” ■ “벽(불통)” “매사가 차벽과 같은 상황이다.” 김 사무국장은 올 한해 인권 이슈를 되짚어보니 ‘벽’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생명과 안전에 대해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올해에도 소통 안 되는 정부의 벽 앞에서 사람들이 ‘무얼 해도 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는 절망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활동가도 “얼마 전 민중총궐기처럼 집회에 나오는 건 ‘살기 힘들다’는 비명을 지르기 위해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구조하려 할 텐데,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물대포를 쐈다”며 인권 수준이 후퇴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 “끝(좌절)” “여기가 ‘끝’이라고,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박 활동가의 말이 이어지자 박 소장도 공감했다. 박 소장은 “결국은 길게 봐야 한다”며 “유신 정권, 전두환 정권 때도 상황은 절망적이었지만 결국 바뀌었다. 소통을 하지 않고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정부는 오랜 기간 국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했다. 박 활동가도 “어느 날 갑자기 올 변화에서 희망을 만드는 건 결국 우리들 몫”이라며 시민들이 인권 상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곁(그래도 희망)” 인권 상황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박 활동가는 “가시화되지 않을 뿐, 곁을 돌아보면 작은 희망의 근거들은 눈에 띄고 있다”며, 이를 ‘곁’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대학 1학년 새내기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데 사회 현안에 대해 의제를 던져보면 자신의 주관을 또렷이 갖고 있다. 젊은 친구들의 시민사회 역량을 보며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이들은 인권콘서트를 통해 시민사회가 작은 ‘희망 경험’을 하길 기대했다. 김 사무국장은 “말과 글·노래·돈·시간·에너지 등 무엇이 됐든 시민이 함께 모이는 경험들이 쌓여야 한다. 비가 오면 비를 같이 맞는 사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 우산 살 돈을 주는 사람 등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콘서트는 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사전 행사인 인권피해 당사자들의 ‘희망만찬’에 이어 저녁 7시30분부터 본행사를 연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