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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4 19:06 수정 : 2017.02.14 21:38

한국 기혼여성 ‘평균적 삶’의 모습
보건사회연구원, 출산력자료 시계열적 분석 통해 추정
“만혼·저출산 현상 심화…가임기간 11.9년”
“결혼비용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방안 필요”

“스물넷에 취업해 서른살에 결혼하고 1년4개월 뒤 첫 아이 출산, 고민 끝에 2년 4개월 만에 둘째를 낳고 마흔둘 쯤에 임신을 끝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밝힌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평균적 삶’의 궤적이다.

14일 이 연구원의 오영희 연구위원이 펴낸 ‘출산력 조사(1974~2012)를 활용한 한국의 출산력 변천 과정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기혼여성은 만 18살에 대학에 입학해 22살까지 5년의 대학생활을 보낸 뒤 1년 동안 취업 준비에 매달린다. 24살에 어렵사리 취업해 서른에 결혼하지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결혼 뒤 1년 4개월 뒤인 31.4살에 첫 아이를 출산하고,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자 하는 여성은 약 2년의 터울을 두고 34.2살에 둘째 아이를 낳는다. 이후 41.9살에 불임수술 등을 통해 임신·출산을 끝낸다. 이 과정에서 기혼여성들은 대체로 0.57회의 자연유산 또는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다. 오 연구위원은 이 연구원의 출산력조사 자료(2012년)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2015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평균적 삶의 모습을 이같이 추정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지난 30여년간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맞물려 만혼화와 저출산 경향이 심화했다. 초혼연령은 1976년 20.4살에서 2012년 25.5살로 높아졌다가 2015년엔 30살로 뛰었다. 합계출산율도 1974년 3.6명에서 1984년 2.1명으로 줄었다가 이후 더 낮아져 1993년 1.75명, 2002년엔 1.17명까지 떨어졌다가 2008년 1.22명으로 다소 상승세로 돌아서 2015년 현재 1.239에 이르고 있다.

이번 분석결과, 또 하나의 주목할 지점은 둘째아 이후 크게 벌어진 출산 간격이다. 1998년과 2006년을 비교한 수치를 보니 결혼에서 첫째아 출산까지 기간은 각각 16.4개월과 16.8개월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첫째 애에서 둘째 애 출산까지엔 98년 29.1개월에서 2006년 34.1개월로 다섯달 늘어났고 둘째 애에서 셋째 애 출산은 98년 33개월에서 2006년 48.3개월로 15.3개월 늘어났다. 그만큼 첫 출산 이후 출산 여부를 놓고 기혼여성들이 길게 고민하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오 연구위원은 또 “한국 여성의 실제 가임기간도 30살에 결혼해 41.9살의 임신종결까지 불과 11.9년으로 짧아진 점도 저출산을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 결과는 달라진 결혼 및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며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결혼비용 세액공제나 은행융자 우선권 부여 등 현행 저출산 대책보다 더 강력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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