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2 13:04
수정 : 2017.02.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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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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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장관에 ‘검열 금지’ 권고
‘재판중 병역 거부자 취업금지’
국방부, 인권위 개정 권고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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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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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밖 독신자 숙소에서 사는 해병대 초급 간부인 ㄱ씨는 지난해 여름 사단장과 참모 등으로부터 숙소 내부를 검열받았다. 그들은 방 안이 청결하고 정리정돈이 잘 돼 있는지, 인가받지 않은 물품이나 낡은 물품이 있는지 등을 살폈다. ㄱ씨는 자신의 사생활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권리구제 신청을 냈다. 인권위는 ㄱ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사적 공간인 숙소 내부에 대한 검열을 금지하도록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이 사단은 지난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이런 식으로 초급 간부들의 영외 독신자 숙소 1490실 가운데 1000여실을 검열했다. 근무 중이어서 숙소를 비운 거주자들의 방만 제외됐다. 여군 숙소 검열에는 사단장과 여성 장교가 함께 입회했다.
해병대는 인권위에 “‘군 숙소관리 운영 규정’에 따라 숙소 점검 시행계획을 고지한 뒤 점검반을 편성해 청소상태, 비인가 물품에 따른 화재 예방, 비품 손괴 여부 등을 점검했다”며 “사생활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군 숙소관리 운영 규정’에는 숙소 내부에 대한 검열 규정이 없고, 기혼자 숙소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해병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부사관과 장교가 독신자 숙소에서 생활하는 것은 ‘군인복무기본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내무생활이 아니므로 내무 검사의 대상자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육·해·공군 등에서 독신자 같은 민원이 지속해서 접수되고 있어 특정 부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수 없다”며 “국방부 차원에서 독신자 숙소 검열을 금지하고 숙소 운영은 자치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위는 이날 재판을 받는 병역기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병역법 조항에 대해 개정을 권고했으나 국방부가 ‘불수용’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현행 병역법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는 공무원·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채용하지 못하고, 재직 중인 경우에도 해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재판 중인 사람에게까지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병역법과 병역관계법령해석지침을 개정하도록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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