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8.07 18:00
수정 : 2017.09.15 09:41
정부, 월 465만원 받는 센터에 “상위평가 땐 10만원 더”
관련 단체들 “정권 바뀌어도 ‘적폐예산’ 그대로 남아”
“‘밑돌 빼 윗돌 괴는 식’…아동센터도 변화해야”
지역사회 아동돌봄의 주요거점인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지원예산을 정부가 차등지원 방식으로 편성해놓고 이를 그대로 집행하려 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샀다. 정부가 공언한 ‘온종일 돌봄체계’ 도입을 위해 지역아동센터의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인다.
지역아동센터의 지역협의체격인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전지협)와 서울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이달 초 성명을 내고 “지난 정권이 마련한 ‘우수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인센티브예산) 역시 공공기관에 적용된 성과연봉제와 그 맥을 같이 한다. 폐기되고 새 예산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청원해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보건복지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현장과의 소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인센티브예산 수령 거부를 검토 중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4110여곳이 운영 중이다.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의 26만명 다음으로 많은 11만명의 초중고생을 돌보고 있고, 9400여명의 종사자가 일한다. 센터는 하교 뒤나 방학 중인 아이들이 찾는 일종의 ‘동네 공부방’으로, 아동수 기준 29인 이하 시설이 대부분이며 2급 이상 사회복지사인 시설장 1명과 교사 1명으로 운영된다. 2004년 법제화 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오고 있고 한부모나 기초수급가정 등 취약계층 아동들이 주로 찾는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월 기본운영비는 465만원(2017년 기준 평균)인데, 이 금액만으로 운영하다보니 시설장과 교사의 월 급여는 각각 148만원, 131만원(2015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 복지부 스스로도 ‘센터당 기본운영비가 660만원은 돼야한다’(2015년 조사)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을 한 해 전보다 81억원(7.5%) 늘어난 1166억원(지방정부 지원액 제외)으로 잡았는데, 늘어난 예산의 절반 이상인 46억원이 인센티브예산이었다. 이 예산은 전국의 지역아동센터를 상위 20%와 중위 60%, 하위 20%로 나눈 뒤, 하위를 제외하고 상위는 월 10만원, 중위는 5만원 이상을 추가지원하는 식이다. 전지협 등 관련 단체들은 “기본운영비도 모자라 안 그래도 열악한 지역아동센터에 몇 푼 되지도 않는 돈으로 차등지원을 하려한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회계처리 등의 문제로 보조금이 환수된 곳만 100여곳에 이른다. 우수센터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차등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차등지원 방침을 고수하는 데엔 인센티브예산이 올해 처음 편성된 수시배정예산이란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수시배정제는 예산을 배정하기 전, 사업의 소관부처가 구체적인 집행계획을 수립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제도인데, 계획이 예산배정 취지와 맞지 않으면 불용처리되기도 한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차등지원 방침이 이전 정부에서 수립됐음에도, 이 제도에 얽매여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를 통해 ‘2018년까지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온종일 돌봄체계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지역아동센터의 구실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작 필요한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 사회에서 부모들의 장시간 노동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아동센터 같은 시설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며 “기본적인 지원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지역아동센터를 상대로, ‘밑돌 빼 윗돌 괴는 식’의 차등지원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제화 이후 양적으로 늘어난 지역아동센터 역시 질적 측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사회 내 자정작용이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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