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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3 18:49 수정 : 2017.08.23 21:30

[짬] 복지단체 이사장 된 패션전문가 권오향씨

권오향 ‘참사람들’ 이사장이 21일 한겨레신문사 옥상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패션업계 28년 경력자가 올해 초 복지단체 이사장으로 선출돼 “복지도 트렌드”라며 새로운 복지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 지역의 대표적 복지단체 중 하나인 ‘㈔참사람들’의 권오향(53) 이사장 얘기다. 이 단체는 1991년 ‘성남빈민복지상담소’로 출발해 주거 취약계층 지원사업, 방과후 아동 돌봄 사업, 재가노인 지원사업 등을 해왔다. 성남시 위탁을 받아 상대원3동복지회관과 판교종합사회복지관도 운영하고 있다. 권 이사장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의상을 전공했고 1987년부터 여러 업체에서 패션 디렉터 경력을 쌓았다. 2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권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신세계그룹이 배출한 최초의 여성 임원(상무)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제일모직으로 옮겨선 최초의 한국형 에스피에이(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만들었다. 앞서 패션 브랜드 보브(VOV)와 엑스아이엑스(XIX), 조앤루이스(Joe&Luiees)와 국내 최초 멀티숍 브랜드 데얼스(There’s) 등도 그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이마트(신세계) 자체 브랜드인 데이즈(Daiz) 역시 마찬가지다.

권 이사장은 “제일모직을 그만두고 3년간 쉬었다. 쉬지 않고 일을 한 탓인지 많이 아팠다. 눈도 침침하고 허리와 다리도….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노인이 되는 날이 오겠구나’는 생각을 하다 보니 노인 복지로 이어졌다. 언젠가 노인이 되더라도 그냥 맥없이 앉아 있는 노인은 되지 말자, 세련된 노인이 되자고 고민했다.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은 패션이니 그 속에서 복지를 찾아야 했다. 패션도 트렌드지만 복지도 트렌드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트렌드는 유행이다. 그런데 유행이란 것은 받아들이는 자만의 특권이다. 받아들일 처지가 아닌 사람, 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유행이란 남의 일이다. 복지관에 어떤 시설이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찾아가고 알려줘야 그들도 비로소 복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도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트렌드는 돈이 많이 드는 것만은 아니며 돈이 많은 사람들만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유행하면 예뻐 보여요. 예쁜 게 유행하는 것이 아니에요. 복지관 시설의 색만 살짝 바꿔도 보기 좋아요.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낍니다. 복지는 돈을 쓰는 일인데 같은 돈을 쓰더라도 더 좋게 쓰자는 것이죠.” 그는 자신의 가장 큰 재능인 코디 능력을 복지 경영에 적극 활용할 참이다. “완전히 뭘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시설·프로그램을 조화롭고 아름답고, 더 편히 접할 수 있도록 변화를 줄 겁니다.”

신세계 그룹 배출 첫 여성 임원에
제일모직에선 ‘에잇세컨즈’ 만들어
올초 복지단체 ‘참사람들’ 이사장에
성남시 위탁받아 복지회관도 운영

대학때 성남 지역공동체 활동 경험
패션일 할 때도 주말이면 봉사활동

판교종합사회복지관은 문화 복지에 더 우선점을 둔다. 10월 강좌 목록에 ‘손뜨개로 나만의 가방 만들기’와 ‘스마트폰으로 나만의 사진집 만들기’가 들어 있다. “대중을 특별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사진집이나 사진전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게 아니라 대중인 일반 사람도 각자 소소하게 전시하고 책을 내게 도와주자는 취지입니다.” 상대원3동복지회관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했다. 주거환경 개선과 같은 주거복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19~20평 다세대에 서너 집이 살고 반지하가 많아 늘 축축합니다. 집수리나 청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디아이와이(DIY) 사업도 포함되어 있죠. 이웃이 만든 가구를 또 다른 홀몸 어르신 이웃에게 전달했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어떤 복지단체든 늘 예산 걱정을 한다. ㈔참사람들은 기부금과 시 보조로 운영되는데 부족한 예산을 권 이사장이 직접 벌어올 궁리를 하고 있다. “솔직히 패션에 대한 아쉬움도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아 패션디렉터로서 제 재능도 실현하고 법인 예산 마련을 위해, 예전에 거래하던 중소업체와 손을 잡고 제가 만든 ‘엘리시움 테라’라는 온라인 에스피에이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왜 성남인지 물었다. 그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덕성여대 의상학과 83학번입니다. 당시 오빠와 언니들이 맹렬 운동권이었어요. 저도 영향을 받아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러나 오빠와 언니들 때문에 걱정이 끝이 없었던 부모님이 “막내만큼은 평안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을 원하셔 동아리 활동(탈춤반)을 표면상으로는 접어야 했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론 탈춤반에서 책도 읽고 세미나도 참여했죠. 언니가 경찰에 몇 달째 쫓겨 다닐 때 중간연락책을 맡았는데 날라리처럼 보일 수 있는 의상학과 여대생이라 의심받지 않고 잘해냈어요. 빈민운동에 관심이 많아 성남 지역공동체에서 활동을 했어요. 거기서 지관근(현 성남시 시의원), 이상락(현 성남 외국인주민복지센터장)씨 등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알게 되었어요.” 그는 졸업 뒤 전공을 살려 패션업계로 갔고 지관근씨 등은 성남에서 빈민운동을 시작했다. 그 무렵 이재명 현 성남시장도 같은 지역운동 현장에 있었다. “제가 패션업계에서 일을 할 때도 언니는 성남에서 계속 빈민운동을 했어요. 주말이면 개인적으로 짬을 내어 ‘목욕시켜주기’ 등의 봉사활동도 했고 기부도 꾸준히 했어요.” 그는 제일모직 퇴사 다음해인 2014년부터 ㈔참사람들의 상임이사를 해오다 이번에 월급 안 받는 이사장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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