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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0 05:00 수정 : 2017.09.20 09:53

시흥형 집수리 전의 한 가구. 방 구석에 곰팡이가 검게 피어있다. 시흥시 제공

[주거빈곤에 멍드는 아이들]
400만원 들여 부엌 등 수리·도배
임대료 인상 제한·계약 4년 조건
집주인 외 세입자도 신청 가능

시흥형 집수리 전의 한 가구. 방 구석에 곰팡이가 검게 피어있다. 시흥시 제공

현우(10·가명) 팔오금엔 늘 피딱지가 있었다. 아물기도 전에 상처를 긁어댄 탓이다. 네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경기도 시흥시 신천동 집은 60㎡ 반지하 전세방. 습기 탓에 형제는 모두 비염을 앓았다. 현우와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 동생은 아토피가 있다.

가려움과 알레르기가 없어진 건 지난해 집수리 이후부터였다. 시에 ‘시흥형 집수리’를 신청했더니 곰팡이 핀 벽지와 장판을 바꾸고 화장실을 고쳐줬다. 어머니 박유미(44·가명)씨는 “부동산에서 도배는 세입자가 해야 한다고 해 그동안 주인에게 수리해달란 얘기를 못했다. 이젠 집에서 곰팡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시흥시 정왕본동은 어린이·청소년 10명 중 7명(69.4%)이 주거빈곤으로 나타났다. 전국 3500여 읍면동 중 1위였다. 시흥시 전체로도 주거빈곤율과 어린이·청소년 주거빈곤율이 각각 17.0%, 12.6%였다. 이런 상황에서 탈피하기 위해 시흥시는 팔을 걷어붙였다.

시흥시는 중위소득 50% 이하이면서 지은 지 15년 이상 된 주택에 사는 거주자에게 최고 400만원을 들여 벽지와 바닥재를 새로 갈고 부엌과 화장실을 수리해주고 있다. 집주인뿐만 아니라 세입자도 신청할 수 있다. 집수리 책임이 주인에게 있지만, 의지가 없는 집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관리되지 않은 집은 임대료가 저렴해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머물게 되는데, 이들이 질 나쁜 집에서 다소나마 벗어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다. 시흥시는 집을 수리해주면서 세입자가 4년 동안 살 수 있도록 하고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계약을 집주인과 맺는다. 수리 뒤 세입자가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수리는 시흥시의 사회적기업인 ‘협동조합 위드’가 맡는다. 서모숙 위드 대표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세입자들 요구 대부분은 도배나 장판 교체”라고 말했다. 2015년 말 시작된 집수리 사업은 33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시흥시의 이런 주거복지 모델은 어린이·청소년을 둔 주거빈곤 가정을 줄이는 해법으로, 다른 기초지방자치단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빈민 운동의 대부’ 고 제정구 국회의원이 서울 신림·시흥동 지역 철거민을 이끌고 빈민공동체를 만들어 정착한 시흥시는, 그의 가치와 지향을 이어받아 ‘주거복지 실험’을 펴는 중이다. 김윤식 시흥시장은 제 의원의 비서관 출신이다.

시흥형 집수리 후 방의 모습. 곰팡이를 제거하고 벽지와 장판을 새 것으로 바꿨다. 시흥시 제공
시흥시는 앞으로도 주거빈곤 가구를 위한 복지정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터 저소득 신혼부부들이 내는 전세자금 대출이자 가운데 일부를 지원하고, 이들이 머물 사회주택도 지을 계획이다. 다자녀 가구주에겐 전세자금을 지원하고,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구를 위한 사회주택도 지어 공동육아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다. 이충목 시흥시 도시교통국장은 “수해가 잦고 환경이 열악한 반지하 집을 시가 사들여 사람이 살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조사에서 시흥시의 주거빈곤율과 어린이·청소년 주거빈곤율은 각각 10.7%와 9.3%로 전국 평균에 가까워졌다.

조창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h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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