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7 12:21
수정 : 2017.09.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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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이동목욕차량. 서영사랑나눔의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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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7500명 전국 노숙인 첫 실태조사]
정부 차원 첫 조사…남성·50대 이상이 다수
거리·쪽방노숙인 70∼80%가 우울증
대사질환·정신질환 ‘심각’…“노숙인 계속 발생, 안전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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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위한 이동목욕차량. 서영사랑나눔의복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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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나 시설, 쪽방 등에 머무는 노숙인은 국내에 전부 1만750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7 대 3 가량이고, 대개 질병이나 장애, 이혼, 가족해체 같은 문제로 노숙을 하게 된 것으로 나왔다. 거리 노숙인들이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이런 내용의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와 ‘제1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 대한 보완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관련 법률이 시행된 2012년 6월 이후 처음 실시된 전국 조사로, 민간의 조사는 몇 차례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전국 노숙인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는 앞으로 5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했다. 1차로 지난해 10월19일 자정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로 시간을 정해 거리와 시설의 노숙인, 쪽방주민을 일시집계한 뒤 이 가운데 2032명을 표본 삼아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일시집계에서 조사된 노숙인은 1만1340명이었고 쪽방주민은 6192명으로, 전부 1만7532명이었다. 이들 중 거리노숙인은 1522명, 일시적 보호시설에 있는 이들이 493명, 각종 생활시설에 있는 이들이 9325명이었다. 생활시설 노숙인들은 50대가 가장 많았고(33.4%), 60대(27.5%), 40대(17.8%), 70대(11.1%) 순이었다. 일부(7.7%) 20~39살의 청년 노숙인도 있었다.
이들이 노숙인이 된 계기는 질병이나 정신질환 같은 장애(25.6%), 이혼과 가족 해체(15.3%), 실직(13.9%), 알코올 중독(8.1%) 때문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정지나 사회복지시설 퇴소, 교도소 출감 같은 사회적 서비스나 지지망이 부족한 경우(6.4%)도 있었다.
이들이 앓는 질환(진단 경험)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질환이 가장 많았고(36.1%), 치과질환(29.5%), 정신질환(28.6%) 순이었다. 29.5%가 장애인이었는데, 정신장애(39.9%), 지체장애(29.2%), 지적장애(17.0%), 시각장애(5.0%) 등이었다.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51.9%)에게 우울증이 있었고, 유병률은 쪽방주민(82.6%), 거리(69.0%), 시설(27.7%) 순으로 나와 거리와 쪽방 노숙인들에 대한 개입, 의학적 접근 등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인 가운데 미취업자는 64%였고, 미취업자 중 근로능력 없는 이가 76.2%였다. 일자리를 얻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는 건강문제(33.3%), 필요한 프로그램 부족(29.5%), 취업알선이나 구직정보 부족(17.2%) 순으로 답했다. 노숙인들의 주요 수입원은 근로소득(34.3%), 기초생활보장 급여(30.5%), 기초연금·장애연금 같은 기타 공적지원(16.8%) 순이었고, 이들의 지출은 거리노숙인이 술·담배에 38.5%, 식료품에 36.5%, 주거비에 9.9%를 썼다. 반면 쪽방주민은 주거비에 74.7%, 식료품에 16.5%, 술·담배에 3.5%를 썼다. 시설노숙인의 경우 술·담배 비중이 가장 높았다. 거리의 노숙인들은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에’, ‘실내공간이 답답해서’ 순으로 답했다.
조사를 맡은 이태진 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선 민간조사들과 견줘) 거리노숙인의 규모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일정한 규모의 새로운 노숙인이 계속 발생한다는 의미“라며 “신규노숙인, 특히 거리노숙인의 발생을 예방하는 사회안전망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병준 복지부 복지정책관은 “실태조사 결과를 ‘2018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시행계획’에 적극 반영하겠다. 단기간 내 추진 가능한 사항부터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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