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가협 목요집회 600회. 5일 오후 서울 탑골공원 정문 앞에서 열린 민주주의실천가족협의회 600회 목요집회에 참석한 임기란씨가 지난 93년부터 13년 지속된 목요집회의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다./황광모/사회/ 2006.1.5 (서울=연합뉴스) hkmpo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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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있는 한 집회 계속할터"
지난달 12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가 새해에도 어김없이 목요일인 5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목요집회'를 열었다. 민가협은 1993년 9월 처음 목요집회를 열기 시작한 이래 그동안 추위와 폭우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한 주도 빠짐없이 집회를 열어왔는데 이번 집회는 600번째 목요집회여서 의미가 더욱 깊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해 7월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작 간첩' 함주명(74)씨가 동참, 민가협의 600회 목요집회를 축하하는 꽃바구니를 건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함씨는 "간첩으로 몰려 옥살이를 하는 동안 민가협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을 지명수배하는 등 내 누명을 벗기려는 노력을 해주지 않았다면 무죄 선고를 받는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며 "앞으로 민가협 활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란(76.여) 민가협 상임의장은 "14년째 목요집회를 열고 있지만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고 양심수도 70여명 넘게 있다"며 "악법이 있는 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고난과 평화를 상징하는 보랏빛 수건을 두르고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12월 창립된 민가협은 문민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양심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고난 속 희망'을 상징하는 보랏빛 수건을 두른 채 거리로 나서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민가협은 목요집회를 통해 당시 개념조차 생소했던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공론화시켰고 결국 이들의 석방과 북한으로 송환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고문기술자 이근안씨의 자수와 `조작 간첩' 함주명씨의 무죄 판결, 준법서약서 폐지 등도 목요집회가 600회를 거치면서 소외받고 차별받는 이들의 `신문고' 역할을 해 온 결과로 꼽힌다. 목요집회는 이밖에도 성적 소수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 이주 노동자 등 우리 사회에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 이들의 인권 보호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장이 돼왔다. 최근 열린 집회에서는 제대한 지 보름 만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숨진 고 노충국씨와 여의도 농민시위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고 전용철ㆍ홍덕표 농민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고 국회의장 등에게 대체복무 허용을 권고한 것도 민가협이 다른 인권단체와 함께 꾸준히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 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민가협 송소연 총무는 "인권을 침해받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있는 한 목요집회는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의 인권 실태를 알리고 `존재하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담아내는 거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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