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답안과 흡사 [3판] 부정입학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강대 김아무개 전 입학처장 자녀의 영어 논술 답안지가 공개되면서 영어 지문을 요약하라는 문제의 답안까지 학교쪽의 모범답안과 거의 같아 부정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 대학 수시 1학기 영어논술에 응시한 이 수험생의 답안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영문 제시문의 전체 내용을 400자 이내로 요약하도록 한 2번 문항에 대한 답이다. 4개 단락과 16개 문장으로 구성된 제시문을 우리말로 원문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여 요지를 정리하라는 문제다. 개괄적인 요지를 요구한 문항임에도 이 수험생의 답안은 학교쪽의 모범답안과 문장 구성과 내용, 순서까지 같다. 모범답안은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반드시 의미하지 않는다’와 ‘역인과관계의 상관관계 해석상 오류’를 먼저 지적한 뒤, ‘범죄행위’와 ‘러시아 민간설화’를 예로 들었는데, 수험생의 답안 역시 이 순서와 정확히 일치하며, 같은 내용을 담고있다. 제시된 영문에서는 결론격인 ‘역인과 관계의 상관관계 해석상 오류’를 지적하는 문장이 ‘범죄행위’와 ‘러시아 민간설화’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수험생은 모범답안과 똑같이 이 문장을 두번째 순서로 올렸다. 요약은 의역을 중심으로 서술될 수밖에 없는데, 학생의 답안은 이 점에서도 모범답안과 거의 같다. 학생은 답안의 마지막 두번째 문장에서 “알려지지 않은 외부 요인이 서로 상관이 없는 두 변수가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면서 제시문(직역, 아직 알려지지 않은 외부요인이 함께 움직이는 두 변수의 배후에서 추진력이 될 수 있다)을 의역했다. 이 역시 모범답안 “미지의 외부요인이 있는 경우 아무런 상관이 없는 두 변수가 관련되어 있다고 결론짓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 제시문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표현 역시 모범답안과 똑같다. 또 답안의 첫 문장에서 제시문의 ‘states that’을 모범답안과 똑같이 ‘~ 것이다’라고 의역했다. <한겨레> 사회부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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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쪽이 예시한 모범답안 모든 학문에 적용되는 기본원리는 상관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인과관계의 현상은 상관관계를 해석할 때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범죄행위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경찰들이 거리를 순찰하는 경우, 경찰의 순찰이 범죄를 발생시켰으니 거리에서 경찰을 철수시키자고 할 수 없다. 러시아의 민간설화도 비슷한 문제점을 보여준다. 의사들이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사실에 기초하여, 의사를 모두 죽이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또한 미지의 외부요인이 있는 경우 아무런 상관이 없는 두 변수가 관련되어 있다고 결론짓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와 심장병 그리고 통화량과 국민소득 사이의 관련성은 직접적이지 않다. ■ 김아무개 학생이 답안지에 적은 내용 모든 학문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원리는 상관관계가 반드시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역인과관계라고 불리우는 현상은 상관관계를 해석할 때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범죄행위가 많은 곳에 많은 경찰들이 순찰을 하는 것을 보고 경찰들이 범죄행위를 발생시켰으므로 경찰들을 철수시키자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예로, 러시아 민간설화에서는 의사들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는 것을 보고 농부들이 의사들을 죽였는데, 이것 역시 역인과관계의 오류이다. 또한 우리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외부의 요인이 서로 상관이 없는 두 변(수)가 서로 관련되어 있다고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와 심장질환 및 통화량과 국민소득의 관계는 허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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