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3 19:35
수정 : 2005.02.13 19:35
■ 교육방송 수능강의 1년 평가
‘세계 최초의 교육복지 프로젝트’ ‘대치동에서 산간 오지까지 교육평등이 실현된다!’ ‘이-러닝시대 오픈’ 지난달 발행된 교육방송 수능 강의 백서를 소개하는 문구들이다.
교육방송은 백서에서 ‘선생님들은 이제껏 학습지도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다는 말입니까? 인성교육, 전인교육이야말로 그 어떤 대체 강의로도 빼앗을 수 없는 선생님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겠습니까?’라며 ‘학교 교사들이 교실에서 교육방송 수능 강의를 틀어 주며 학생들에게 전인교육,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고 쓰고 있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교육방송 수능 강의는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공교육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교육방송의 수능 과외를 수능에 그대로 출제한다고 발표하고 학교에서 수능 강의를 학생들에게 틀어 주도록 한 것은 정부 스스로가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고 꼬집었다. 수능시험을 교육방송 수능 강의와 연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하여 사교육의 효과를 인정하고 공교육 전체를 수렁으로 끌어 들이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것이다.
교육방송은 지난해 수능 강의가 사교육 열기를 가라앉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강남을 중심으로 한 대형 입시학원들이 2003년 상반기부터 매출이 감소했으나 이는 경기 침체와 입시제도 변화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수능 강의에 출연한 한 강사는 “교육부나 교육방송이 강의 내용이 수능시험에 얼마나 출제되었는지, 사교육시장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학생들이 얼마나 수능 강의에 만족하고 학습 효과를 얻었는지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천고 허호 교사는 “교육방송이 수능 출제율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교육방송 수능 강의의 수능 출제율이 80%가 넘었다면 교과서의 수능 출제율은 100%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육방송 수능 강의 강사인 최강씨는 지난해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교육방송 수능 강의에서 수능시험을 낸다는 약속은 지켜질 수 없고 지켜서도 안된다”며 “만약 교육부나 평가원이 출제위원들에게 압력을 넣어 교육방송 교재에서 문제를 내게 한다면 학교 교육 자체를 죽이는 일”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또 “교육방송을 시청하든, 학원에 다니든, 다른 교재를 보든, 열심히만 하면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기왕이면 돈이 안들고 강의의 질도 좋은 교육방송을 보면서 공부하라는 것이 사교육 경감대책의 취지이므로 교육부는 정도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여름 공개 강좌에 참여한 한 강사는 “특히 지방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호응이 뜨거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교 수업 이외에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수능 강의가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상명대부고 서경원 교사는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교육방송 수능 강의를 통해서 복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른 선생님의 강의를 통하여 스스로 정리해 보는 공부 습관이 수능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교육방송도 수능 방송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교육방송 교육출판팀 김애성 팀장은 “올해는 교재의 수를 줄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선택과목의 교재와 강좌를 대폭 늘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탐구와 직업탐구영역의 선택과목들을 전과목으로 확대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재와 강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전체적으로 교재와 강의의 구성도 단계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에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이 교재를 모두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스러워 했다”며 “올해에는 학생들이 단계에 맞추어 공부할 수 있도록 강의와 교재의 구성을 개선하였다”고 설명했다. 교육방송은 올해 교재 판매가를 평균 11% 인하했다.
교육방송 인터넷운영팀 이대섭 팀장은 “학습 관리 시스템, 학습 상담, 수준 진단평가, 학업성취도 평가, 동영상 검색 서비스 등을 통하여 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효과적으로 수능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수능 강의가 강의 중심이기 때문에 학습 효과를 높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인터넷 강의가 언제 어디서나 자율적으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수동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학습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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