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3 22:21
수정 : 2005.02.13 22:21
요즘 세대를 일컬어 시각에 호소하는 ‘비주얼(visual) 세대’라고 한다. 중·고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싸이월드’는 시각적인 청소년 세대를 겨냥해 만든 가장 성공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싸이월드와 휴대폰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의 성공은 서로 필요충분 관계이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 중에서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가 없는 학생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처럼 사진이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는데도 사진의 속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눈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선 눈은 두 개이지만 사진기의 눈은 하나다. 우리 눈은 원근감을 갖지만 사진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사진 속 이미지는 크기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가 없다. 거리가 가까우면 크게 보이지만, 거리가 멀면 작게 보이는 것이다. 도라에몽을 공룡 앞에 두고 촬영한 사진1에서 보면 도라에몽과 공룡의 크기가 거의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둘을 같은 거리에 두고 촬영한 사진2에서는 도라에몽의 크기가 공룡보다 훨씬 작아 보인다. 여학생들이 사진을 찍을 때 서로 뒤쪽에 서려고 하는 것도 사진의 이런 원리를 이용해 자신의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또 사진은 눈에 비해 시야가 좁다. 그래서 전체 사물이 아니라 일부분만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 선거 보도 사진에서 어떤 후보의 사진에는 유세를 열심히 듣고 있는 청중들의 모습을 담고, 다른 후보의 사진에는 담배를 피면서 딴청을 피우는 청중의 모습을 담았다고 생각해 보자.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두 후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사진은 실제 장면을 쉽게 왜곡하기도 한다. 촬영 뒤 포토샵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고칠 수도 있고, 특정 장면을 연출해서 촬영 당시부터 의도적으로 왜곡할 수도 있다. 우리가 보는 사진을 너무 쉽게 믿으면 잘못된 진실이 전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한번에 전달하는 효율적인 매체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비만 하던 매체에서 대중들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하는 매체로 그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사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더욱 절실해진 요즘이다. 사진에 나왔다고 해서 모두 진실이라고 믿어 심각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진실을 왜곡하는 이미지 조작으로 많은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도 없어야 하겠다.
강정훈/과천 과천고 교사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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