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3 18:57
수정 : 2005.01.23 18:57
|
<인생 독본 1·2> 톨스토이/ 인디북
|
<인생 독본 1·2> 톨스토이 인디북
인생 독본? 제목 때문에 도덕 교과서 정도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 책은 원제목이 <독서 서클(Circle)>로 톨스토이판 독서 길라잡이. 톨스토이(1828∼1910)가 직접 동서고금의 주옥 같은 글을 골라 모으고 자신이 쓴 글도 함께 묶어서 펴냈다. 숨지기 2년 전에 마무리하여 톨스토이 사상의 진수가 가장 풍부하게 담겨 있으며, 나아가 톨스토이라는 큰 산맥이 도대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분석하는 데 필수적인 책이기도 하다.
분량? 두툼한 책 두 권이 각각 827쪽과 967쪽으로 엄청나게 방대하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1월 1일부터 시작해서 12월 31일까지 조금씩 읽어갈 수 있도록 달력식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왜? 이 책에서 톨스토이가 제시하는 글만 꼼꼼하게 읽어도 톨스토이 같은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대사상가가 중시한 알짜배기들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으며, 그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 내는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읽다 보면 톨스토이의 소설 몇 편을 읽고 그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된다.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도 이미 언급했듯이, 톨스토이는 병역을 거부하고 반국가주의를 주창한 철두철미한 급진 사상가. 그는 현대 평화주의와 반국가주의의 원조로서, 제국주의의 무력이 앞장서는 근대의 비극 앞에서 모든 강압과 폭력을 거부하며 휴머니즘의 대안을 제시한 이상주의자였다.
그럼에도 톨스토이는 동양 문화와 사상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도덕과 사랑을 강조하는 현자로서 당시의 골수 보수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얄궂게 여기서부터 톨스토이의 ‘수난’도 시작된다. 즉, 21세기 눈으로 보아도 깜짝 놀랄 만한 정치적 사회적 급진파가 그저 도덕적 성인으로서 소개된 것이다. 최남선 같은 이는 아예 톨스토이를 ‘예수 이후의 최대 인격자’, ‘대선지자(大先知者)’, ‘공자와 같은 부자(夫子)’로 부르면서 종교화하기까지 했단다. 톨스토이의 문학과 사상이 의도적으로 또는 엉뚱하게 왜곡되어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100년 전 이미 21세기의 머리와 가슴을 넘어 버린 거인, 엄청난 재능과 노력으로 위대한 저술을 남긴 영혼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3월말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톨스토이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전집도 출간되었으니 더없이 좋은 기회다.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wisefree@dreamwiz.com
광고
기사공유하기